[파이낸셜뉴스]
세계 최대 철광석 수입국인 중국이 부동산 경기 급랭 속에서도 철강 수출을 늘리면서 철광석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지난 8월 철강생산 한도를 올해에는 적용하지 않기로 하면서 국제 철강 가격 하락 속에서도 철광석 가격은 뛰고 있다. AFP연합
- 국제 철광석 가격, 7개월새 38% 폭등
- 4분기 t당 90달러 예상했지만 134달러로 상승
- 중국의 철강 물량 몰아내기 수출로 철강가격 하락 속에서도 철광석 가격 상승
- 중 정부 8월 "연간 철강생산 한도 올해는 면제"
세계 철광석 가격이 세계 철강 가격 하락세 속에서도 38% 폭등했다. 철강 가격이 떨어졌지만 원료인 철광석 가격이 폭등한 것이다.
압도적인 세계 최대 철광석 수입국인 중국의 철강 생산이 급증한 것이 이같은 기형적인 가격 흐름을 이끌어냈다.
중국은 철강 주 소비처인 부동산 시장이 붕괴되면서 철강 수요가 크게 줄었지만 생산 물량을 해외 시장에 대량으로 푸는 한편 생산을 계속 늘리고 있다.
"올해 철강생산 한도 제한 면제"
파이낸셜타임스(FT)는 9일(이하 현지시간) 시장조사업체 아거스 자료를 인용해 철광석 가격이 지난 7개월 동안 38% 폭등해 t당 133.95달러(약 17만7000원) 수준으로 뛰었다고 보도했다.
애널리스트들에 따르면 철광석 가격이 본격적으로 뛰기 시작한 것은 8월 이후다.
중국 당국자들이 철강업체들에 올해에는 연간 철강생산 한도 규정을 적용하지 않겠다고 통보하면서 중국의 철강 생산과 원료인 철광석 수입이 폭증했고, 이에따라 철광석 가격 역시 폭등했다는 것이다.
경기부양을 위한 중국의 규제 완화가 철광석 가격을 끌어올렸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중국 철강생산은 하반기 급격히 늘어 이대로 가면 2020년 당시 기록을 제외하면 역대 최대에 이를 전망이다.
중국산 철강이 쏟아지면서 국제시장에서 철강 가격은 하락하고 있지만 원료인 철광석은 되레 가격이 뛰고 있다.
철강가격 하락 속에서도 철광석 수입 급증
중국의 철광석 수입은 철강 가격 하락에도 아랑곳없이 올들어 지난달까지 전년동기비 6% 급증했다. 11개월 동안 수입한 규모가 11억t에 이른다. 주로 호주와 브라질에서 수입했다.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부동산 부문 철강 수요가 급격히 위축됐지만 철광석 수요는 되레 늘었다.
정부의 인프라·제조업 프로젝트가 부동산 부문 수요 급감을 일부 상쇄하고 있을 뿐이다.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중국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의 압도적인 세계 최대 철광석 수입국이다.
2021년을 기준으로 전세계 철광석 수입의 70%를 차지한다.
대규모 수출
올해 생산한도 규정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정부 허가가 떨어지자 중국 철강업체들은 내수로 소비되지 않는 철강을 해외 시장에 대규모로 풀고 있다.
올들어 위안화 가치가 미국달러에 대해 하락한 것도 수출을 통한 물량 밀어내기에 도움이 됐다.
철강업체들은 환율도움까지 받자 생산을 늘렸고, 이에따라 철광석 수요가 동반 증가하면서 철광석 가격을 끌어올렸다. 마진이 줄었지만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다.
배신당한 전망
중국의 부동산 경기 위축이 철강 수요를 약화시키고, 이에따라 중국 철강업체들이 생산을 줄이면서 철광석 가격이 떨어질 것이란 예상이 배신당했다.
상품 헤지펀드 스벨란드캐피털 최고경영자(CEO) 토르 스벨란드는 "2·4분기 당시를 회고하면 미 대형은행들의 상품 거래에서 가장 확고한 확신 가운데 하나가 철광석을 공매도하라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스벨란드는 그러나 이같은 확신은 철저히 배신당했다고 강조했다.
리베룸의 톰 프라이스 애널리스트는 "중국 정부가 철강 수출 폭증을 허용할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못했지만 그들은 그렇게 했다"면서 "미약한 경제성장으로 인해 중국이 철강산업의 고삐를 풀어버렸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5월 모건스탠리는 올 4·4분기 철광석 가격이 t당 90달러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해지만 현재 가격은 134달러로 예상치보다 50% 가까이 폭등했다.
시장 전망은 빠르게 수정되고 있다.
ING 상품전략가 이와 맨테이는 중국이 추가 경기부양책을 내놓으면 내년 철광석 평균가격이 t당 120달러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을 상향조정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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