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에이즈실태 폭로 의사 가오야오제 뉴욕서 영면
[파이낸셜뉴스]
【베이징=이석우 특파원】 지난 1990년대 중국의 에이즈 실태를 폭로하고 퇴치 운동을 펼친 산부인과 의사인 가오야오제(96)가 10일(현지시간) 미국 자택에서 별세했다.
11일 AP통신 등은 가오의 후견인인 컬럼비아대 앤드루 네이선 교수 등이 그의 별세 소식을 전했다고 설명했다. 산둥성 출신인 가오는 1954년 허난대 의대를 졸업한 뒤 허난 중의학원에서 교수를 지냈다.
1996년 당시 69세였던 가오는 허난성의 가난한 농민들이 매혈과 수혈을 통해 에이즈 바이러스(HIV)에 대규모로 감염된 사실을 알고 에이즈 실태를 폭로했다.
그는 허난성의 촌락 100여 곳을 방문해 에이즈 환자들을 면담하고 스스로 비용을 마련해 에이즈 관련 책자를 만들어 배포하기도 했다. 이 같은 공로로 가오는 2003년 막사이사이상을 수상했고 '중국 에이즈의 어머니'로 불렸다.
가오는 2009년 12월 세계 에이즈의 날을 맞아 미국 워싱턴에서 자신의 저서인 '피의 재난-1만 통의 편지'(血災-10000封信)를 소개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의 에이즈 환자는 2006년 이미 84만 명을 넘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남은 인생을 중국 에이즈 환자의 실태를 알리는 데 걸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당시 회견에서 "당국은 나의 생활을 제한했다. 전화와 컴퓨터도 감시당했고 외출하면 미행하는 사람이 붙었다"라고 밝혔다.
중국 공안당국과의 갈등 속에서 그는 2009년부터 미국 뉴욕 맨해튼에 정착해 생활해 왔다.
당시 중국 공안당국은 가오의 활동을 사회불안 행위로 간주해 박해를 가했고, 해외 시상식 참석도 막으려고 여권 발급을 제한하기도 했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가오의 부음이 전해지자 중국 소셜미디어에는 애도의 글이 넘쳐났으나, 일부는 그가 미국으로 건너간 점과 중국 정부에 반대하는 입장을 취한 것을 비판하기도 했다.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의 한 누리꾼은 "가오 박사가 에이즈 환자를 위해 모든 것을 헌신했다고 말할 수 있다"라며 "양심이 있는 사람은 언제나 그녀를 기억할 것"이라고 썼다.
june@fnnews.com 이석우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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