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러시아 매체와 인터뷰에서 핀란드와 군사 갈등 경고
러시아 서부에 병력 강화하고 핀란드와 "문제 생길 것" 주장
나토와 정면충돌 가능성에 대해 "말도 안되는 소리"
17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이 러시아 모스크바의 러시아 엑스포 국제 전시장에 도착해 행사를 둘러보고 있다.타스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난민을 데려다 일부러 핀란드에 밀어 넣는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직접 핀란드를 언급하고 앞으로 군사적인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위협했다. 다만 푸틴은 올해 핀란드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에도 불구하고 나토와 정면충돌은 없다고 강조했다.
CNN 등 외신들에 따르면 푸틴은 17일(이하 현지시간) 공개된 러시아 국영 매체 로시야1과 인터뷰에서 핀란드의 나토 가입을 언급했다. 그는 서방이 “핀란드를 나토로 끌고갔다! 우리가 핀란드와 왜 분쟁을 벌이겠나? 영토 문제를 비롯해 20세기 중반에 벌어졌던 모든 분쟁들은 이미 오래 전에 해결되었다”고 말했다.
푸틴은 “지금까지는 문제가 없었지만 앞으로는 문제가 생길 것”이라며 군사적인 대비를 서두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핀란드에 인접한 러시아 대도시인 상트페테르부르크를 겨냥해 해당 지역을 방위하는 레닌그라드 군관구를 부활시킬 예정이라 밝혔다. 러시아는 지난 2010년에 레닌그라드 군관구를 수도 방위군인 모스크바 군관구 등과 병합해 서부 군관구를 창설했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지난 1월 서방의 압박에 맞서 레닌그라드 군관구를 다시 분리하여 병력을 강화한다고 예고했다.
푸틴은 “이제 레닌그라드 군관구를 출범하고 해당 지역에 확실히 군대를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핀란드는 러시아와 1340km에 달하는 국경을 공유하고 있다. 반세기 넘게 서방과 러시아 사이에서 중립을 유지했던 핀란드와 스웨덴은 러시아가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침공하자 같은해 5월 중립을 포기하고 공동으로 나토 가입 신청서를 제출했다. 핀란드는 지난 4월 나토에 가입했지만 나토는 핀란드에 현지 정부 동의 없이 전투부대를 배치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러시아는 핀란드의 나토 가입이 러시아의 안보를 해친다고 주장했지만 직접적인 군사 행동을 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핀란드 정부는 러시아가 핀란드의 안보 및 치안을 흔들기 위해 일부러 난민들을 모아 핀란드 국경을 넘도록 부추긴다고 주장했다. 핀란드 국경수비대에 따르면 지난달 러시아에서 핀란드로 입국한 소말리아, 예멘, 시리아, 모로코, 파키스탄 등 중동 국적의 난민 숫자는 900명이 넘었다. 영국 BBC는 과거 러시아에서 핀란드로 넘어가는 난민 숫자가 일평균 1명 미만이었다고 전했다.
핀란드는 러시아의 위협이 점차 뚜렷해지자 18일 미국과 양자 간 국방 협력 협정을 체결할 방침이다. 이번 협정에 따라 핀란드는 미군이 북유럽 국가 전체를 포괄하는 15개 군사 지역과 시설에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로 했다.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은 6일 연설에서 우크라에 대한 지원을 강조하며 “푸틴이 우크라를 점령한다면 그는 그쯤에서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푸틴이 나토 동맹국을 공격한다면” 미군이 러시아와 싸울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푸틴은 17일 인터뷰에서 바이든의 발언에 “완전히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그는 “러시아는 나토 회원국과 싸울 이유도, 지정학적, 경제적, 정치적, 군사적인 이익도 없다”고 주장했다. 푸틴은 “우리는 관계를 망치고 싶지 않다. 관계를 발전하는 데 관심이 있다”고 밝혔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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