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50인 미만 적용 D-3
25일 '타결 반전' 없으면 27일 법안 시행
정부도 중소기업계도 "정쟁 멈추고 유예 협의"
윤재옥(왼쪽사진)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의장-여야 원내대표 비공개 회동에 각각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오는 27일부터 50인 미만 영세 사업장에도 중대재해처벌법이 확대 적용될 예정이지만 여야간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중소기업계가 간절히 원하는 '법 적용 2년유예'는 사실상 물건너갔다는 관측이 나온다. 유예를 주장하는 국민의힘은 본회의가 예정된 25일까지 막판 협의를 이어간다는 입장이지만, 산업안전보건청 연내 설치 등의 조건을 내건 더불어민주당과의 이견을 좁히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정부와 중소기업계는 "폐업으로 내몰리는 기업들이 속출할 것"이라며 유예안 처리를 거듭 촉구했다.
■상정 조차 안된 유예안 "25일 오전까지 협의"
24일 국회에 따르면, 중대재해법의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을 유예하는 내용의 중대재해법 개정안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이날 법사위를 거쳐 25일 오후 본회의에서 개정안을 처리하는 것이 법 적용 유예의 마지막 기회였지만, 여야 합의가 사실상 무산된 것이다.
여야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만나 중대재해법과 관련한 논의를 이어갔지만 이견차만 드러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회동 직후 기자들에게 "내일(25일) 오전까지라도 계속 협의를 이어가도록 (하자고) 논의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여야가 25일 오전 중 극적 타결을 이뤄 원포인트 법안 심사를 진행해 본회의에 개정안을 상정하는 반전이 없는 한 유예안 처리는 거의 불가능하다.
여야는 지난해 연말부터 중대재해법에 대해 논의를 해왔지만, 협상에는 속도를 내지 못한채 '네 탓' 공방에만 열중해 왔다. 민주당은 협상의 조건으로 산업안전보건청 연내 설치 △산재 예방 예산 2조 원으로 증액 등을 내걸었지만 국민의힘은 무리한 조건이라며 받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정치권이 당리당략에만 매몰된 채 민생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이날 여야 원내대표를 찾아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를 거듭 호소했다. 김 회장은 "이대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이 강행된다면 아직 준비가 덜 된 중소기업은 속수무책으로 폐업 위기에 내몰릴 수밖에 없고 근로자들도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며 "여야가 정쟁을 멈추고 민생 차원에서 다시 한번 협의에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격영 타격 불가피..폐업까지 내몰릴 것"
25일 유예안 처리가 무산될 경우, 오는 27일부터 근로자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 83만7000여곳에도 법이 전면 적용된다. 영세 기업들도 대기업과 마찬가지로 안전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안전 인력이나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다하지 않아 노동자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 등은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게 된다.
중소기업계는 그간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연장을 요구해왔다. 2년의 유예기간이 있었지만, 코로나19와 복합위기로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유예안의 본회의 통과가 불투명해지면서 중소기업계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적용에 따라 폐업으로 내몰리는 기업들이 속출한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소기업은 기업 대표가 1인 다(多)역으로 외부 조력 없이 법에서 정한 의무사항을 지키기 어려운 데다 예산 부족으로 전문 인력을 구하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법까지 확대 적용돼 기업의 대표가 처벌받게 되면, 경영에 타격은 불가피해 결국 폐업까지도 내몰릴 수 있다는 게 중소기업인들의 공통적인 설명이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지금 중대재해처벌법이 중소기업에 전면 적용된다면 이제 사업 못하겠다는 이야기가 곳곳에서 나올 것"이라며 "그렇게 중소기업들이 사업을 포기하면 결국 국가 경쟁력도 떨어지는 거 아니겠냐"고 토로했다.
정부도 국회에 유예안 처리를 요청하고 나섰다. 관계부처인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과 오영주 중소기업부 장관, 박상우 국토교통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50인 미만 기업에 준비할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다는 현장의 아우성을 외면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ming@fnnews.com 전민경 서영준 장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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