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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은것도 억울한데 상간녀 라니요... "총각행세는 불법행위" 위자료 가능 [최우석 기자의 로이슈]

중소기업 인턴을 하던 20대 중반 여성 A씨는 독서 모임에서 30대 중반 남성 B씨와 깊은 연인 사이가 됐다. B씨는 자신이 대기업에 다니며 부업도 병행한다고 했다. 그러던 중 B씨가 유부남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함께 대로변을 걷던 중 여성 C씨가 다가와 뺨을 때리고 난동을 피운 것이다. 알고 보니 B씨는 C씨와 결혼한 사이였다. B씨는 A씨에게 "속여서 미안하다"는 문자를 보냈다. C씨는 A씨에게 민사 손해배상을 청구한다고 한다. A씨는 자신도 정신적 피해를 봤는데 상간녀로 몰려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간통죄와 혼인빙자간음죄는 이미 한국에서 폐지됐다. 피해자는 법적 구제를 받을 수 있을까.

■'총각'행세하며 만나면 불법행위

민법은 '고의로 위법하게 손해를 가하면' 배상을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손해에는 정신적 손해가 포함된다. 사회통념상 교제의 상대가 총각이나 처녀인줄 알고 교제했는데 유부남·유부녀임을 속여왔던 것이라면 상당한 정신적 고통의 피해를 입었다고 할 수 있다.

판례도 있다. 지난 2021년 10월 서울중앙지법은 소개팅 앱에서 총각 행세하며 여성을 사괸 30대 유부남에 대해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관을 침해했다"며 위자료 3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허위사실을 고지해 상대방을 착오에 빠뜨렸다는 이유다. 성적 자기결정권이란 헌법상 보장되는 행복추구권 등에서 유래한 것으로 성행위 여부를 결정하고 상대방을 선택하는데 간섭받지 않고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상대방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이 불법행위로 인정되면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

■'유부남' 사실 몰랐으면 배상 책임없어

통상 A씨와 같은 사례에서 상간녀로 몰려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 쟁점은 B씨가 유부남이란 사실을 A씨가 알았는지 여부이다.
B씨가 유부남임을 충분히 알 수 있었음에도 이를 감수하고 만났다면 상간녀는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 상간녀 소송의 경우에 상간행위가 부부 관계에 미친 영향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해 통상 배우자의 상간자에게 1000만~3000만원의 위자료를 배상하라고 법원이 명하는 경우가 많다.

법무법인 정음앤파트너스 임성수 변호사는 "상간소송에서 핵심은 혼인관계 또는 사실혼 관계에 있었는지와 그러한 사실을 알고도 상간행위를 했는지가 중요하다"면서 "이런 사정을 알았는지 여부 등에 관해 상호 나누었던 문자나 카카오톡 내용 등이 핵심증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wschoi@fnnews.com 법조전문기자·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