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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전쟁 '화약고' 급부상한 이란, 그리고 美의 딜레마 [fn기고]

 -반길주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국제기구센터장  -이-하 전쟁, 나비효과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 확장 가능성  -이란 공격으로 미군 장병 사망사건, 바이든 행정부의 시험대  -美 선거 앞두고 확전위험과 지위약화 사이의 딜레마 처해  -美 중동화약고에 불 지필 상황 고민, 미 패권 지위 약화도 우려  -다양한 군사적, 비군사적 대응 옵션도 완벽한 선택지 아닐 것  -미국의 고민, 상황 주시할 북과 마주한 한국도 자유롭지 않아  -北 한미 상대로 감행할 군사계획 응용가능성, 예의주시해야

[파이낸셜뉴스]
중동전쟁 '화약고' 급부상한 이란, 그리고 美의 딜레마 [fn기고]
반길주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국제기구센터장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나비효과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하마스를 두둔하는 후티반군이 선박의 주요 통항로인 홍해를 막기 위해 드론 등으로 공격에 나섰고, 이에 미국은 후티반군의 본거지 공격에 나서며 군사적으로 대응하는 상황이다. 나비효과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 28일 이란혁명수비대의 비호를 받는 민병대가 요르단에 주둔하는 미군부대인 타워22에 드론공격을 감행하여 미군 3명이 전사했다. 이처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나비효과로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장된 상황이다.

특히 이번 이란 배후의 민병대 공격으로 미군 장병이 사망한 사건은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의 향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공격-대응의 연쇄반응이 예견되기 때문이다. 한편 이런 연쇄반응에 고민의 지점이 크다는 측면이 존재한다. 무장단체로부터 공격을 받은 미국이 아무런 조치를 한다면 자위권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고 장병들을 사지로만 몰았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특히 대선을 앞둔 시점이라는 점에서 이 문제를 다루는 방식은 미국 유권자의 판단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나아가 제대로 대처하지 않는다면 바이든 행정부의 유약함을 드러내는 패착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보복 공격에 나선다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중동 전반으로 확전되어 결국 화약고에 심지를 붙이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이 경우 확전된 중동전쟁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뿐 아니라 전 세계의 전쟁 긴장 고조로 이어지는 국제적 불안정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미국은 보복 공격에 나서지 않을 수도 없고, 공격에 나서자니 뒷감당이 안 되는 상황에 처하는 고민에 빠지고 말았다. 이는 ‘확전 위험’과 ‘지위 약화’의 딜레마라고 규정할 수 있다. 보복에 나서자니 확전 위험이 있고,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으면 패권 지위 약화의 단초가 될 수 있는 딜레마인 것이다.

따라서 미국은 우선 무턱대고 보복에 나서기보다는 치밀하게 대응 옵션을 따져보아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그렇다면 어떠한 선택지가 가능할까? 첫째, 비군사적 방법을 동원하는 것을 들 수 있다. 민병대의 이란의 배후라는 점에서 이란에 책임을 묻는 차원에서 미국이 독자 제재에 나서거나 미국의 동맹국과 함께 다자 제재에 나서는 것을 들 수 있다. 둘째, 군사적 방법을 준용하되 미국이 직접 나서지 않고 이란을 통한 응징을 유도하기 위해 외교를 통해 협조하는 것이 있다. 이 경우 미국-이란 간 전쟁을 예방하면서 동시에 공격 주체에 보복을 달성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윈-윈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문제는 이란이 이러한 방법에 동의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현실화의 한계는 존재한다. 셋째, 미국이 직접 보복에 나서되 이란이 아닌 공격 주체인 민병대를 정밀타격하거나 참수작전에 나서는 것이다. 이 방안은 미-이란 전면전쟁이라는 확전 리스크는 없지만, 이란에 직접적인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점에서 재발 방지로 이어질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자칫 이라크, 예멘, 시리아 등 다른 지역에 기반을 둔 무장단체의 다양한 기습공격이 빈번해질 수 있는 리스크도 있다. 넷째, 미국이 이란에 대한 직접적인 군사공격에 나서는 옵션이 있다. 이 경우 보복의 강도는 가장 높지만, 중동전쟁의 확전을 각오해야 하기 때문에 전략적 불이익에 직면할 리스크가 상존한다는 단점이 있다.

이처럼 여러 옵션이 있지만 그 어느 하나로 미국이 처한 딜레마를 완벽하게 해소할 수 있는 선택지는 아니다. 신냉전 구도 속에서 국제정치가 전쟁의 시대에 진입하는 문턱에 선 미국의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한편 이 문제와 고민에서 한국도 자유롭지 않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북한은 미국이 공격받은 이 사건을 예의주시하고 있을 것이다. 이를 응용하여 유사한 공격을 한국과 미국을 대상으로 감행할 군사계획을 구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없다. 한국도 이번 사태를 둘러싼 다양한 요소를 예의주시해야 할 중요한 이유가 될 것이다.

정리=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