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비위생적인 곳 출장 잦아…업무상 과로 등으로 면역력 저하" 주장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금융사 지점장이 심장 염증으로 사망한 것을 두고 유족이 근무 환경과 과로 탓이라며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지급하라고 주장했으나,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이정희 부장판사)는 A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씨의 배우자 B씨는 지난 2019년 5월 감염성 심내막염으로 사망했다. 감염성 심내막염은 세균이나 곰팡이 같은 미생물이 심장의 내막에 균체를 형성해 염증을 일으키는 질병이다.
A씨는 B씨의 사망이 업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며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지만 거부당하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금융사 지점장이던 B씨가 비위생적인 곳으로 출장을 가는 등 외부 영업활동이 잦았고, 이로 인해 질병을 일으킨 위험인자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한 면역력 저하가 질병에 영향을 미쳤다고도 했다.
그러나 법원은 B씨의 사망 원인인 감염성 심내막염이 업무에 의해 발병된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망인이 비위생적인 곳을 방문한 적이 있다고 하더라도 담당 업무나 직위를 고려할 때 그러한 환경에 상시로 노출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외부 요인에 의해 해당 질병이 발병했다고 해도 그 경로는 다양할 수밖에 없고, 근무 중에 감염이 됐다고 볼 만한 사정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실제 법원 감정의들도 공통적으로 "비위생적인 사업장 방문으로 인해 감염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평가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업무상 과로'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A씨는 B씨가 12주 동한 평균 주 59시간 이상을 근무했다고 주장했으나, 이를 모두 업무 시간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가 조사한 망인의 업무시간은 주 51시간 14분으로, 퇴근 후 업무용 노트북 사용 시간과 대학원 강의에 출석한 시간 등을 포함해야 59시간이 넘는다"며 "퇴근 후 업무용 노트북에 로그온 돼있는 시간을 전부 업무시간이라 단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망인은 적어도 약 30년간 하루 평균 15개비 흡연을 했고, 1주에 3회(1회당 10잔 이상) 이상 음주를 하는 습관이 있었다"며 "질병이 발병하기 전까지 적절한 건강관리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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