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르겐 클린스만 축구대표팀 감독 2024.2.8/뉴스1
[파이낸셜뉴스]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이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과의 돈독한 관계를 언급한 인터뷰가 재조명되고 있다. 클린스만은 정 회장을 자신의 든든한 지원군으로 여겼던 것으로 보인다.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이 한창이던 지난달 21일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이 공개한 심층 인터뷰 기사에는 클린스만이 정 회장을 어떤 존재로 보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 나온다.
지난해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 등지에서 여러 차례 클린스만과 만난 마르크 후여 기자는 그가 한국 대표 기업 중 한 곳인 현대가(家)의 정 회장에 대해 열광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전했다.
클린스만은 정 회장과 현대의 영향력을 설명하며 "말도 안 되는 거다. 엄청난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생기면 곧장 정 회장에게 문자메시지로 연락해 직접 대면한다고 슈피겔에 밝혔다.
서울 용산역 인근 호텔에 거주한 것으로 알려진 클린스만은 정 회장의 사무실이 용산역에 있다며 자신의 숙소에서 '5분 거리'라고 말했다. 실제 정 회장의 HDC현대산업개발 본사는 용산역에 있다.
슈피겔은 "어려운 시기에는 곁을 지켜줄 동맹이 필요하다"라고 서술하며 클린스만에게 정 회장이 이런 존재라고 짚었다.
클린스만은 한국 대표팀을 맡게 된 과정도 다소 '우연적'이라고 돌아봤다. 아들이 2017년 한국에서 열린 20세 이하(U-20) 월드컵에 출전할 때부터 정 회장과 알고 지냈다는 클린스만은은 2022 카타르 월드컵 도중 한 경기장의 VIP 구역에서 정 회장을 다시 만났다. 한국-브라질의 16강전(1-4 패)이 끝난 후 파울루 벤투 전 감독이 사임 의사를 밝힌 뒤였다.
국제축구연맹(FIFA) 기술연구그룹(TSG) 일원으로 월드컵에 참여한 클린스만은 "감독을 찾고 있냐"라고 농담조로 물었다고 슈피겔에 말했다. 하지만 정 회장은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였다고 주장했다.
다음날 두 사람은 카타르 도하의 한 호텔에서 만나 커피를 마시며 이와 관련해 논의했다. 클린스만은 "스트레스 받지 말고, 오래 알고 지낸 사이니까 해본 말이니 관심이 있다면 연락해달라"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몇 주 후 정 회장이 실제 연락해 관심을 보였다는 게 클린스만의 설명이다.
정 회장은 지난 16일 클린스만의 경질을 발표하면서 감독 발탁 과정을 일부 밝혔다. 그는 "전임 벤투 감독 선임 때와 같은 프로세스"라며 "61명에서 23명으로 좁힌 뒤 마이클 뮐러 전력강화위원장이 5명을 인터뷰했다.
이후 1∼2위와 2차 면접을 진행했고, 클린스만을 최종적으로 결정했다"라고 언급했다.
한편 서민민생대책위원회(서민위)는 지난 18일 클린스만과 축구협회 정몽규 회장, 김정배 상근부회장, 황보관 기술본부장을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
서민위는 축구협회가 손흥민과 이강인의 갈등을 곧바로 인정하는 등 정 회장과 축구협회를 향한 비판 여론을 선수에게 돌리려는 것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고발 취지를 밝혔다.
yuhyun12@fnnews.com 조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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