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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이 현실로" 클린스만, 獨 언론에 한국 부임 과정 밝혀…시민단체는 정몽규 회장 고발

독일 언론 슈피겔, 클린스만 감독 부임 과정 인터뷰 공개
월드컵 당시 “감독 찾으세요?” 농담 한마디가 현실로
"정 회장은 클린스만 감독의 우군"
"정 회장의 사무실과 용산 숙소에서 5분 거리"
시민단체, 정 회장 경찰에 고발

"농담이 현실로" 클린스만, 獨 언론에 한국 부임 과정 밝혀…시민단체는 정몽규 회장 고발
[서울=뉴시스] 독일 언론 슈피겔에 클린스만 감독의 선임 과정이 보도되어서 눈길을 끈다. 정몽규 회장의 해명과는 온도차가 있다.

[파이낸셜뉴스] 누구의 말이 맞는 것인지 확신할 수 없지만, 뭔가 말이 엇갈리는 것은 사실이다.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를 두고 시민단체가 정몽규 회장을 클린스만 감독 선임에 대한 강요, 업무방해,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일단, 한 달 가량 전 독일 탐사보도 매체와 인터뷰에서 클린스만 전 감독이 자신이 한국에 부임하게 된 과정을 상세히 밝혔다.

클린스만 감독은 한국 사령탑을 맡게 된 과정이 '우연적'이라고 말했다. 아들이 2017년 한국에서 열린 20세 이하(U-20) 월드컵에 출전할 때부터 정 회장과 알고 지냈다는 클린스만 전 감독은 2022 카타르 월드컵 도중 한 경기장의 VIP 구역에서 정 회장을 다시 만났다.

한국-브라질의 16강전(1-4 패)이 끝난 후 파울루 벤투 전 감독이 사임 의사를 밝힌 뒤였다. 국제축구연맹(FIFA) 기술연구그룹(TSG) 일원으로 월드컵에 참여한 클린스만 전 감독은 “감독을 찾고 있냐”고 물었다.

"농담이 현실로" 클린스만, 獨 언론에 한국 부임 과정 밝혀…시민단체는 정몽규 회장 고발
[서울=뉴시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정몽규 회장과 돈독한 관계였고, 사무실 5분 거리에서 언제든지 독대할 수 있는 든든한 우군이었다고 해당 언론에 밝혔다.

클린스만 감독은 한국 사령탑에 취임할 마음이 없었고, 그냥 농담이었다고 슈피겔에 전했다. 하지만 정 회장은 이를 다소 진지하게 받아들였다고 주장했다. 다음날 두 사람은 카타르 도하의 한 호텔에서 만나 커피를 마시며 이와 관련해 논의했다.

클린스만 전 감독은 “스트레스받지 말고, 오래 알고 지낸 사이니까 해본 말이니 관심이 있다면 연락해달라”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몇주 후 실제로 정 회장에게 연락이 와서 관심을 보였다는 게 클린스만 전 감독의 설명이다.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 등지에서 여러 차례 클린스만 전 감독과 만난 마르크 후여 기자는 그가 한국 대표 기업 중 한 곳인 현대가(家)의 정 회장에 대해 열광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해설했다.

그러면서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생기면 곧장 정 회장에게 문자메시지로 연락해 직접 대면한다고 슈피겔에 밝혔다. 서울 용산역 인근 호텔에 거주한 것으로 알려진 클린스만 전 감독은 정 회장의 사무실이 용산역에 있다며 자신의 숙소에서 '5분 거리'라고 말했다.

"농담이 현실로" 클린스만, 獨 언론에 한국 부임 과정 밝혀…시민단체는 정몽규 회장 고발
[서울=뉴시스] 하지만 정몽규 회장은 지난 해명에서 전임 벤투 과정과 매우 동일한 프로세스를 거쳤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정 회장은 지난 2월 16일 클린스만 전 감독의 경질을 발표하며 '오해'를 바로 잡겠다며 감독 선임 과정을 밝혔다.

정 회장은 "전임 벤투 감독 선임 때와 같은 프로세스"라며 "61명에서 23명으로 좁힌 뒤 마이클 뮐러 전력강화위원장이 5명을 인터뷰했다. 이후 1∼2위와 2차 면접을 진행했고, 클린스만을 최종적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즉 선임과정은 매우 투명했고, 과거와 전혀 다를바가 없다는 해명이었다.

"농담이 현실로" 클린스만, 獨 언론에 한국 부임 과정 밝혀…시민단체는 정몽규 회장 고발
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을 선임했던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시민단체에 의해 고발됐다. (사진 = 뉴스1)

한편,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을 선임했던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시민단체에 의해 고발됐다.

2월 19일 종로경찰서는 최근 서울경찰청에서 정 회장이 강요, 업무방해,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고발된 사건을 배당받아 검토에 착수했다.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서민위)는 13일 정 회장을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

"농담이 현실로" 클린스만, 獨 언론에 한국 부임 과정 밝혀…시민단체는 정몽규 회장 고발
경찰은 고발장을 검토한 뒤 조만간 고발인 조사를 할 방침이다. (사진 = 뉴스1)

서민위는 정 회장이 협회 관계자들 의견을 무시한 채 클린스만을 임명한 건 강요에 의한 업무방해이며 감독 자질에 대한 국민적 의구심에도 해임을 주저한 건 직무유기라고 주장했다.

이어 클린스만을 해임하지 않았을 때 2년 반 동안 지불할 금액이 550만 달러(한화 73억여원), 계약 연봉 220만 달러(한화 29억여원)라면서 "정 회장의 일방적 연봉 결정에서 비롯됐다면 이는 업무상 배임"이라고 했다.

경찰은 고발장을 검토한 뒤 조만간 고발인 조사를 할 방침이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