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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생명이 움트는 봄, 자연과 사람이 주는 온기 잊지 말아요 [작가와의 대화]

신달자 시인의 고통이여 나의 친구여 !
2월의 사잇길로 오시는 이여!
봄은 살살 숨어서 어디에선가 발등을 밟아 온다. 언 땅 위로 올라오는 연둣빛의 '움'이라는 생명체가 세상을 비춘다. 그것은 바로 봄이며 희망이며 꿈이며 사랑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사람과 손을 잡는 일이다. 자연과 하나되는 일이다.
사람과 자연이 주는 온기를 귀하게 생각하면 삶의 고통이나 절망마저도 이겨낼 푸근한 힘이 될 것이다.

새 생명이 움트는 봄, 자연과 사람이 주는 온기 잊지 말아요 [작가와의 대화]
일러스트=정기현 기자
2월은 겨울과 봄의 사잇길이다. 겨울이기도 하고 봄이기도 하다. 입춘이 있어서 '봄' 이야기가 많이 나오지만, 그러나 나는 아직 어깨와 손끝이 시리다. 다시 말하지만 박목월 선생님이 2월의 봄은 베개 밑으로 온다고 한 것은 봄은 아직 그 실체를 보이지 않게 살살 숨어서 어디에선가 우리 발등을 밟아 온다는 뜻일 것이다.

그러나 산책을 하거나 집 작은 뜰을 보면 겨울 모습 그대로 벌거벗은 모습으로 빈 가지가 아직도 봄은 아득하게만 보인다. 그러나 제주에는 이미 꽃소식이 전해졌으니 겨울 그대로의 모습 그 아래로 봄은 지금 바쁘게 흐르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얼음을 뚫고 나오는 노오란 복수꽃처럼 봄은 서둘러 뿌리에서 뿌리로 땅속은 잔칫집처럼 경황이 없을지 모른다. 우리들의 몸속 실핏줄 사이로 생명이 흐르듯 보이지는 않아도 실하게 생명이 돌고 돌 듯이 땅 아래 연한 얼음을 풀며 봄을 당기는 생명줄이 걸음을 재촉하고 있는 중일 것이다. 그래서 2월은 어깨를 떨면서 입으로는 봄 봄 하는지 모른다.

그래서 2월은 그리움이다. 연둣빛이다. 연둣빛이 '움'이라는 생명체로 땅 위로, 가지 위로 오르는 힘을 가슴으로 느끼며 그 '움의 생명'을 그리워하는 것이다.

노오란 색과 초록을 섞어 낸 연둣빛이 언 땅을 풀고 대지 위로 올라오는 생명의 빛이 세상을 비추면 여러 번의 경험을 치렀음에도 사람들은 와아아 하고 놀란다.

"새싹!"

"와아 움이 텄다."

그것은 바로 봄이며 우리들의 희망이며 우리들의 꿈이며 사랑이며 그리움이 만들어 낸 귀한 만남인 것이다. 그리고 바로 우리들 자신에게 주어진 오늘의 생명인 것이다.

사실 봄은 새로운 시간을 뜻한다. 시간의 선물인 것이다. 우리에게 시간이 있고 사람들이 있고 그리고 음악이 그림이 문학이 그렇게 그렇게 예술이 존재한다면 그리고 거기에 행복을 느낄 수만 있다면, 우리가 여름을 살더라도 우리가 겨울을 살더라도 우리는 봄의 계절을 느끼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희망에 대한 믿음 아니겠는가.

자연은 힘이다. 결단코 부정할 수 없는 인간의 가슴이다. 사람을 만났는데 자연을 떠올리게 하고 자연을 만났는데 사람을 떠올리게 하는 대상이 있다면 그런 관계가 바로 내 가까운 사람들이라면 그것은 축복일 것이다.

무엇보다 자연과 사람의 뒤섞임이 선(善)한 비유로 비추어진다면 이 세상에 더 큰 사랑의 관계는 없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예술은 바로 이런 비유법 안에서 무궁한 땀과 깊은 이해의 마음과 겸허의 노동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닐까.

만약 그런 사람을 추천해 보라고 누가 말한다면 난 주저 없이 어머니라고 말하겠다. 물론 어머니는 화도 내고 우리를 윽박지르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어머니가 돌아가신 나이보다 더 많은 나는 어머니 얼굴이 지극히 선량한 얼굴로 떠오른다. 제일 많이 본 얼굴은 우는 얼굴이지만 어쩌다 저고리 동정을 끝냈거나 친구가 놀다 간 그때의 얼굴은 살짝 웃는 모나리자와 다를 것이 없었다.

마음이 편하신 순간이었을 것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사람과 손을 잡는 일일 것이다. 자연과 하나가 되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잡은 손의 온기를 오래 잊지 않는 일일 것이다. 자연이 주는 기쁨의 온기, 사람이 주는 온기의 기쁨을 우리가 귀한 힘으로 생각할 수만 있다면 우리 삶에 오는 고통이나 절망마저도 이겨낼 푸근한 힘이 되지 않겠는가. 인간 생명의 필수가 될 것이다.

어머니의 미소는 바로 그 사람의 온기를 정확하게 느끼게 해준 선함의 최고봉이었을 것이다. 만약 이 세상에 거울만 존재한다면 우리 자신을 잘못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가 자신을 정확하게 바라보는 일은 바로 타인이 필요한 것이다. 내 앞에 있는 사람을 통해 나를 보는 것이다. 그런 이유가 자연을 나와 같이 생각하게 만드는 생명 사랑이 될 것이다.

남은 2월 겨울 속의 봄을 즐기는 일은 기쁨이다. 숨은 희열의 발걸음 소리를 누워서 베개 밑으로 듣는 일이 오늘 내가 건강하게 살아있다는 존재의 발걸음 소리이기도 할 것이다.

겨울에서 봄으로 건너는 일은 우리 삶의 거대한 변화이며 변화 중에서도 화려한 궁중초대처럼 벅찬 일이 될 것이다.
나는 나에게 말한다.

봄옷은 수수해도 된다.

어디를 향해도 새싹과 꽃들의 화려한 배경을 봄은 세상의 식탁에 준비하고 있을 것이며 겨울을 건너온 우리의 가슴을 분홍빛으로 설레게 해줄 새들의 꽃노래도 어디쯤 도는 것이 보이기 때문이다.

신록에서 녹음으로

그래 그래

단풍으로 낙엽으로

시간이 얼고 녹고

겨울을 건너온 결의로 의지로

오늘

내 손톱 밑에서

생명순을 내어 미는 연둣빛

두근 두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