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귀 최후통첩 앞두고 위기 정점
행안부, 연일 지방의료원 점검
지자체장 "현장 복귀" 호소에도
단국대병원 등 전공의 응답 없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가운데)이 28일 충북 청주의료원을 방문해 비상진료체계 등 지역 필수의료 대응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전국 종합】의료사태 장기화로 인한 지방의료 공백 위기가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의사들의 복귀 최후 통첩시한인 29일을 하루 앞두고 각 지역 의료계는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했다.
28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병원을 떠난 전국 의사들에게 사법처리 경고를 했던 이상민 장관은 이틀 연속 지방 의료 현장을 찾았다. 이 장관은 이날 충청북도 지역거점 의료기관인 청주의료원을 방문해 충청북도와 청주시의 비상진료체계를 점검했다.
이 장관은 전날에는 원주의료원을 찾아 지역 필수의료 대응상황을 점검하고, 현장 의료진의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고기동 차관은 군산의료원을 방문해 전북특별자치도의 비상진료체계를 점검하는 등 지역공공의료기관의 대응을 점검했다. 이한경 재난안전관리본부장도 경기도의료원 의정부병원을 방문해 지역 비상의료체계를 점검했다.
지방 의료 공백은 장기화되고 있다. 대전지역 상급종합병원인 충남대병원과 건양대병원은 각각 정규 수술의 40%, 20% 가량을 미루거나 취소했다. 암·뇌·심혈관계 질환 등 중증 환자를 중심으로 병상을 운영 중이다.
충남 천안지역 대학병원들도 입원환자가 30%가량 감소한 가운데 전문의들 중심으로 하루하루 버티는 상황이다. 제주대병원은 이번 주부터 전체 12개 수술실 중 4개 운영을 중단하고 8개만 운영 중이다.
상황이 급박해지자 시·도지사들은 병원을 떠난 의사들의 복귀를 직접 호소하고 나섰다.
김진태 강원특별자치도지사는 이날 호소문에서 "의료계 집단행동 13일째다. 제가 의료현장을 직접 점검해 보니 남은 의사 선생님들과 간호사분들이 밤을 새워 당직을 서고 응급실을 지키고 있었다. 이분들의 초인적인 노력으로 하루하루를 겨우 버텨내고 있지만 이제 한계에 달한 것 같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여러분들도 할 말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병원에서는 환자분들이 생존의 위험에 직면해 있다. 사람부터 살려야 하지 않겠나? 의료현장으로 복귀해달라"고 호소했다. 지난 27일 현재 강원도내에서는 9개 수련병원 전공의 390명 가운데 92.3%인 360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김관영 전북특별자치도지사도 이번 사태와 관련해 호소문을 내고 "병원을 떠난 의료진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를 믿고 하루빨리 의료 현장에 복귀해 주길 간곡하게 호소한다"며 "여러분을 믿고 도움을 요청하는 도민들을 외면하지 말아달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복귀한 의사들은 소수에 그쳤다. 전남대병원에서는 지난주까지 업무개시명령을 받은 전공의 119명 중 7명이 복귀했고 조선대병원도 113명 중 7명이 돌아온 것으로 파악됐다. 충북대병원은 전공의 137명 중 121명이 사직서를 제출한 가운데 정부 업무개시명령을 받고 복귀한 인원이 6명으로 집계됐다. 제주대병원도 전공의 1명이 복귀했고 대구 지역 일부 상급종합병원에서는 전공의들로부터 사직 철회서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단국대병원과 순천향대 천안병원은 사직서를 낸 전공의 중 복귀자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원광대병원의 경우 전공의 132명 중 현재까지 70%가량이 업무를 중단했다. 이들 중 병원에 복귀한 전공의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순천향대 천안병원 관계자는 "전공의들의 사법 처리를 우려해 설득을 계속하고 있지만 아직 단일대오를 유지하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공공의료기관 진료 시간 확대로 대응하는 곳들도 늘고 있다. 경북도는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하고 김천의료원 등 도립의료원 의료진의 연장 근무에 따른 수당을 도 재난관리기금에서 지원키로 하고, 실·국장 책임 병원 전담반을 편성했다. 포항의료원, 김천의료원, 안동의료원 등이 진료시간을 2시간 늘렸다. 울진군의료원도 의료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문의들이 비상대기 근무에 들어갔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도민의 생명과 건강이 위협받지 않도록 의료공백을 줄이고 도민 안전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이날 충남대학교병원장 등 10개 종합병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의료계 집단행동 대응 회의를 주재했다. 이번 회의는 정부의 의과대학 증원 방침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의 집단 진료 현장 이탈이 증가함에 따라 발생한 진료공백 최소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회의에서 이 시장은 △24시간 응급의료체계 운영 △필수의료 기능유지 △병원 진료시간 연장 등 비상진료체계를 공유하고 진료현장을 이탈한 전공의들의 복귀 독려를 당부했다.
또 병원 내부의 탄력적 인력 배치를 요청하는 한편, 진료에 나서고 있는 의료진과 의료기관 지원방안을 전달하고 건의사항 등을 청취했다. 이 시장은 "진료공백으로 인한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병원이 비상진료체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전방위 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ktitk@fnnews.com 김태경 김원준 김장욱 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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