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전격 사의를 표명한 이종섭 주호주 대사.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피의자 신분으로 대사에 임명돼 야권의 반발을 샀던 이종섭 주호주 대사가 29일 사임했다. 이 대사는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한 외압 의혹으로 고발돼 공수처가 출국금지 처분을 내린 상태에서 지난 4일 임명됐다.
피의자 신분이면서 더욱이 출국금지된 인물을 대사로 임명한 것은 이유야 어떻든 잘못이었다. 피의자는 일단 무죄로 추정되지만 수사 결과에 따라 유죄 판결을 받을 수 있고 인신이 구속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임명 당시 인지하지 못했는지, 알고서도 임명을 강행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국민의 눈높이에서 볼 때 죄가 있고 없고를 떠나 수사 대상에 오른 사람을 주요 공직에, 그것도 대사 자리에 앉힌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다. 논란이 일었을 때 즉시 임명을 철회했어야 했다고 본다. 황상무 시민사회수석의 '회칼 테러 발언'과 함께 이 대사 임명 논란은 총선을 앞두고 여당인 국민의힘의 지지율 하락에 큰 영향을 미쳤음에 틀림없다.
사필귀정이라는 말은 이 경우에 어울리지 않지만 여당의 입장에서는 늦게나마 사의 표명과 수리로 마무리된 것은 잘된 일이다. 이 대사는 외압 의혹을 부인하면서 사임 후 서울에 남아 모든 절차에 강력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결백을 주장하는 이 대사는 물론 억울할 수 있다. 그렇다면 수사에 성실히 임하여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고 입증하면 될 것이다.
공수처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채상병 관련 사건을 매우 더디게 수사하고 있다. 공수처 자체가 처장 등 지휘부가 공백인 상태여서 어떤 수사든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의 이런 직무태만이 사태를 더 악화시키고 논란을 키웠다고 본다. 공수처는 수사 체제를 속히 정비해 이 대사의 혐의 유무를 가려야 할 것이다.
정부가 빌미를 제공한 마당에 야당의 이 대사 임명에 대한 비난과 공격을 물론 사실무근이라거나 나무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남의 눈의 티끌은 보면서 제 눈의 대들보를 보지 못하는 야당의 내로남불을 이번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수많은 의혹과 사건에 연루된 피의자 신분으로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중이다. 거의 구속 직전의 상황까지 갔다가 영장 기각으로 대표직을 수행하고 있음을 상기하기 바란다.
범죄 혐의자의 도피처라는 소리를 듣는 조국혁신당이야 더 말할 것도 없다. 우선 조국 대표가 자녀 입시 비리와 청탁 혐의로 2심에서 징역 2년을 받고 확정 판결만 남겨 놓은, '절반의 범죄자'다. 비례 8번 황운하 의원은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스스로 출마 포기 선언을 했다가 뒤집은 인물 아닌가.
이른바 권위주의 시대의 '정치적 양심수' 소리를 들을 정도라면 출마할 명분이 있고, 구속된 상태라도 당선되어서 옥중 정치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대표나 조 대표, 황 의원은 권력을 남용한 비리나 개인 비리, 아니면 정권의 사주를 받은 파렴치한 정치적 범죄에 연루된 인물들이라 후보로 나설 자격이 없다.
아무리 선거판이라지만 도덕도 없고 염치도 없는 인사들이 날뛰는 아수라장은 처음 겪는 일이다. 반성도 모르고 큰소리치고 있는 야당의 피의자 후보들도 이 대사처럼 지금이라도 사퇴하고 총선에서 손을 떼는 게 맞는다. 그래도 이들이 물러나지 않고 총선을 완주한다면 사법부는 재판에 속도를 내서 신속히 확정 판결을 내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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