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이 8일 부산 강서구 명지해안산책로를 찾아 강서구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변성완 후보와 선거운동원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문재인 전 대통령이 4·10총선 지원에 나섰다가 단단히 체면을 구겼다. 그가 격려 방문 또는 지원에 나섰던 PK(부산·경남) 지역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이 줄줄이 패배하면서다. 이에 이재명 대표의 강성 지지층인 '개딸'을 중심으로 '문재인 책임론'까지 일고 있다.
1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여당인 국민의힘은 PK 지역 총 40석 중 34석을 건진 반면, 민주당은 5석에 그쳤다.
부산과 경남 지역이 여당 지지세가 강하긴 하지만, 낙동강 벨트 지역구는 민주당 지지세도 만만치 않아 격전지로 거론되곤 한 지역이다.
이에 문 전 대통령은 지난달 22일부터 선거운동 마지막 날인 9일까지 PK 지역에 출마한 민주당 후보 11명을 찾아가 지원했다. 경남 양산갑(이재영) 양산을(김두관) 거제(변광용) 창원성산(허성무) 창원의창(김지수), 부산 사상(배재정) 금정(박인영) 강서(변성완), 울산 중(오상택) 동(김태선) 남(전은수) 등이다.
문 전 대통령이 거주 중인 지역구와 고향, 의원 시절 지역구 등 문 전 대통령과 연고가 있는 지역이 다수 포함됐다. 이중 배재정·김태선·오상택 후보는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인사들이다.
하지만, 이들 중 국회 입성에 성공한 후보는 경남 창원성산 허성무 후보, 울산 동 김태선 후보 등 단 2명에 불과하다. 다른 후보들은 모두 국민의힘 후보에게 밀려 낙선했다.
문 전 대통령이 거주 중인 평산마을의 지역구 양산갑에서도 윤영석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윤영석 국민의힘 후보가 53.61%의 득표율을 얻으며 당선됐다. 이재영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44.78%를 얻는 데 그치면서 15.34%p 차로 패배했다.
문 전 대통령이 투표일을 불과 이틀 앞두고 지원 유세에 나선 부산 강서구에서도 변성완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44.41% 득표율을 얻어 김도읍(득표율 55.58%) 국민의힘 후보에게 밀려 낙선하는 등 PK 지역에서 국민의힘이 압승을 거뒀다.
문 전 대통령은 그동안 해당 지역 후보들을 찾아가 함께 산행을 하거나, 거리 유세에 동행하는 방식으로 후보들을 지원했다. 부산 사상, 울산 중 등 일부 지역구에선 부인 김정숙 여사와 동행해 눈길을 끌었다.
이에 국민의힘은 "전직 대통령이 선거운동을 노골적으로 하는 건 전례가 없는 사상 초유의 일"이라며 비판하기도 했다.
한편, 이번 총선 결과가 나오자 이 대표의 강성 지지자들은 친야 성향 온라인커뮤니티와 SNS 등에서 문 전 대통령을 향한 성토를 하고 있다.
한 지지자는 "PK에서 진다고? 설레발친 X들 다 엎드려 뻗쳐야 한다. 보수표랑 중도표를 가져오긴, 민주당 표만 가져가서 쓸모없는 인간이나 울려주고 잘하는 짓"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지지자들도 "이미 털보(방송인 김어준씨를 비하하는 표현), 문씨, 조씨가 다 망쳤다" "막판에 문 대통령이 설치는 바람에 부산 보수들 다 결집했다" "아무튼 도움이 안 된다. 일부러 저러나 싶다" "바람대로 잊혀지길!" "양산 사는 분이 만난 후보들 다 보내버린 것 맞지 않냐" "의도한 것이라고 본다" 등 반응이 나왔다.
이 밖에도 "막판에 문 전 대통령 다녀간 게 보수표 결집을 도왔다" "보수 쪽에서도 문 전 대통령 덕분에 개헌저지선 지켰다고 고맙다 하더라"는 등의 반응도 있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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