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이스라엘 CPU 공장 멈출땐
삼성전자·SK하이닉스까지 타격
겨우 살아난 메모리 다시 불안감
대만發 D램값 상승은 그나마 호재
대만 지진과 이스라엘·이란 간 무력충돌 등 글로벌 지정학 리스크가 고조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들 지역에 생산기지를 둔 마이크론, 인텔 등의 생산차질이 메모리 업계에 미칠 영향을 놓고 심층분석에 들어갔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대만 지진으로 메모리 공급 감소에 따른 D램 가격인상을 기대한 반면 중동분쟁은 인텔 리스크 장기화 시 공급과잉을 우려하고 있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란의 대대적 이스라엘 본토 공격 조짐으로 반도체 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인텔 리스크' 때문이다. 이스라엘 남부 키랴트가트에는 인텔의 데스크톱PC용 12세대 코어프로세서(엘더레이크), 13세대 코어프로세서(랩터레이크) 등 중앙처리장치(CPU)를 생산하는 '팹28'이 있다. 팹28 인근에는 차세대 공정 제품을 생산하는 '팹38'도 건립 중이다. 이란의 보복에 이스라엘이 재보복을 천명한 만큼 확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자칫 세계 최대 CPU사인 인텔이 생산에 차질을 빚거나 공장 가동이 멈추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키랴트가트 공장은 인텔 전체 반도체 생산능력의 11%가량을 담당하는 글로벌 핵심 생산거점이다.
인텔의 CPU 생산차질이 현실화되면 국내 메모리반도체 업계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가 추정한 인텔의 올해 서버용 CPU 시장 점유율은 71%에 달할 만큼 CPU 시장 영향력이 막강하다. 인텔의 12~14세대 CPU는 D램 제품인 더블데이터레이트(DDR)4 및 DDR5를 모두 지원하는데, CPU 생산이 줄어들면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D램 공급량도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인공지능(AI) 수요 등으로 겨우 살아난 메모리 업황이 돌발변수에 직면한 셈이다.
최근 대만 강진은 K반도체에는 긍정적 요인으로 분석됐다. 대만 타이중과 타오위안 지역 등에 D램 공장을 두고 있는 미국 마이크론은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서류에서 지난 3일 발생한 대만 지진 여파로 올해 2·4분기 D램 공급에 한자릿수대 중반의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대만 공장 운영에 차질을 빚으며 마이크론이 4~6%가량 D램 공급이 축소될 가능성을 공식화한 것이다. 마이크론은 지난해 4·4분기(트렌드포스 기준) 전 세계 D램 점유율 19.2%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이어 3위 업체다. 다만 마이크론은 생산설비, 장비 등에 영구적 피해가 없어 장기적으로는 D램 공급에 영향이 없다고 수습했다.
반도체 업계는 대만 지진 여파로 D램 공급이 줄어들며 가격이 빠르게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마이크론은 올해 2·4분기 D램 가격 25% 인상 방침을 고객사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모리 업계의 '풍향계'로 불리는 마이크론이 가격인상 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메모리 공급가를 가파르게 올리는 '공급 우위 현상'으로 돌아설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마이크론의 D램 공급 축소가 메모리 가격 상승세를 부추기며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실적개선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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