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중동 지역에서 산유국 한 곳 이상이 관련된 전쟁이 터지면 국제 유가가 평균 배럴당 102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세계은행(WB)이 25일(현지시간) 경고했다. 지난 12일 이스라엘 북부 아이언돔 방공망이 레바논에서 날아온 로켓들을 요격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
세계은행(WB)이 25일(현지시간) 우울한 유가 전망을 내놨다.
중동지역 갈등이 고조돼 전쟁 상황으로 치달으면 에너지 쇼크가 일어날 것으로 우려했다.
WB는 이렇게 되면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고, 평균 유가는 102달러 수준까지 뛸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갈등, 수면 아래로
중동 위기는 지금은 많이 안정됐다는 것이 시장의 판단이다.
1일 이스라엘이 시리아 주재 이란 대사관을 공습하면서 촉발된 이란과 이스라엘 간 갈등은 12일 밤 이란의 이스라엘 보복 공습, 19일 이스라엘의 맞보복 공습을 끝으로 소강 국면에 들어갔다.
양측은 서로 갈등을 고조시키는 것을 피하고 있다.
이 때문에 배럴당 90달러를 돌파했던 국제 유가는 이후 4% 가까이 하락했다.
중동 불안 여전
WB는 그러나 중동 지역 상황이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경고했다.
WB 수석 이코노미스트 인데르미트 길은 "세계가 현재 취약한 순간에 놓여 있다"면서 "대규모 에너지 충격이 지난 2년에 걸친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억제 노력을 수포로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WB는 상품시장전망 보고서에서 중동 지역 산유국 한 곳, 또는 그 이상이 갈등에 휘말려 하루 원유공급이 300만배럴 차질을 빚으면 평균 유가가 배럴당 102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비관했다.
보고서는 이 경우 지금까지의 인플레이션 억제 노력은 거의 대부분이 물거품이 된다고 경고했다.
WB에 따르면 전세계 인플레이션은 주로 상품 가격이 40% 가까이 폭락한 덕에 2022~2023년 2% 완화됐다.
WB는 상품 가격이 현재 고점을 찍은 상태라면서 에너지 쇼크만 없다면 올해 3%, 내년에는 4% 더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OPEC+ 감산 중단
WB 수석 이코노미스트 길은 "전세계 인플레이션은 아직 패배하지 않았다"면서 "(인플레이션이 둔화되는) 디스인플레이션의 핵심 동력, 즉 상품 가격 하락이 이제 벽에 부딪혔다"고 말했다.
길은 "이는 (각국 기준) 금리가 올해와 내년 예상보다 더 높은 수준을 지속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다만 이 같은 유가 상승 위험 요인과 함께 올해 유가가 하락할 가능성 역시 있다고 WB는 판단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가 올해 감산을 서서히 철회하기 시작하면 석유 공급이 늘면서 유가가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WB는 올 하반기 OPEC+ 석유 생산이 하루 100만배럴 늘면 국제 유가 평균은 배럴당 81달러까지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 유가는 이날 중반까지는 이틀째 소폭 하락 흐름을 이어갔지만 후반 반등해 전일비 배럴당 1% 안팎 상승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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