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민 주일대사 기자간담회
한일수교 60주년 관계 발전방안 준비
아이디어 중 하나 '한일판 솅겐조약'
여권 없이 공항 내국인 창구 日입국
걸림돌은 日 독도·과거사 도발 반복
"역사 문제는 싸우되 협력은 제도화"
윤덕민 주일 대사가 26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한국과 일본 간의 출·입국 절차를 간소화하자는 의견이 외교부 내에서 제기됐다. 여권 없이 내국인 수준으로 양국 간 왕래가 가능토록 하자는 것이다. 이는 내년에 한일 수교 60주년을 맞는 데 따라 나온 아이디어다.
외교부 고위관계자는 26일 기자들과 만나 “한일 양국 간 출입국 절차를 최대한 간소화해 여권 없이 왕래한다거나 내국인 같은 기준으로 하자는 공감대가 일본에서도 있다”고 밝혔다.
이 고위관계자가 제시한 건 이른바 ‘한일판 솅겐조약’이다. 솅겐조약은 유럽에서 조약 가입국 간 국경 검문을 철폐하고 내국인처럼 이동토록 하는 내용이다. 이를 적용한다면 여권 없이 주민등록증과 운전면허증 등 신분증만 소지하고 공항에서 내국인 창구를 이용해 입국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외교부는 출입국 간소화를 비롯해 내년 한일 수교 60주년을 맞아 관계 발전 방안을 마련 중이다.
윤덕민 주일대사는 이날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양국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혜택이 돌아가는 협력관계로 업그레이드 할 필요가 있다. 한일관계가 후퇴하지 않고 공고한 협력관계로 만들기 위한 아이디어를 모을 때”라며 “한일 간 인적 교류는 1200만~1300만명 시대로 가고 있다. 올해 1000만명의 국민이 일본을 방문하고 230만명의 일본인이 한국을 찾을 것으로 관측된다”고 짚었다.
다만 고민 지점은 일본 정부가 독도와 과거사 문제에 대한 도발을 지속하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를 비롯해 일본은 매년 2월 다케시마(독도의 일본 주장 명칭)의 날 행사, 3월 교과서 검정, 4월 야스쿠니 춘계 예대제, 5월 외교청서, 7월 방위백서, 8월 야스쿠니 참배 등 독도·과거사 도발을 되풀이하고 있다. 우리 정부가 직접 ‘도발’이라 규정하기도 하는 등 강력히 경고하고 있지만 반복되고 있다.
이를 두고 외교부 고위관계자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지뢰가 나타나 한일관계 운영이 쉽진 않다”면서도 “한일이 역사 문제에 대해 단호히 싸우면서도 전반적인 교류·경제협력이 손상되지 않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내년 수교 60주년이 좋은 기회”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 고위관계자는 내년 수교 60주년에 1998년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처럼 한일관계의 새로운 모멘텀을 만들 만한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윤석열 정부 들어 크게 강화된 한일관계를 공고히 할 만한 새로운 양국 정상 공동선언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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