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서울·수도권 물량 '반토막'
전세사기·공사비 급증 등 겹악재
서울선 현금청산이 공급 걸림돌
"권리산정기준일 변경해야" 지적
건설자금 대출 지원책도 안먹혀
정부 대책에도 불구하고 서민 주거 사다리인 '빌라(다세대·연립)'의 올 1·4분기 인허가 물량이 관련 통계 공개 이래 역대 최저치로 주저앉았다. 비 아파트 공급을 늘리기 위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가구당 건설자금 대출을 7500만원까지 지원하고 있지만 약효가 먹히지 않는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서울의 경우 신통기획으로 빌라 공급이 급격히 줄고 있다.
8일 파이낸셜뉴스가 국토교통부 통계를 분석한 결과 올 1·4분기 수도권 빌라 인허가 물량은 1665가구로 집계됐다. 유형별로는 다세대 957가구, 연립 708가구이다. 지난 2023년 1·4분기 3691가구 대비 무려 54.9% 감소한 수치다.
수도권 빌라 인허가 물량은 1·4분기 기준으로 2022년 9351가구, 2023년 3691가구, 2024년 1665가구 등으로 수직 낙하하고 있다. 올 1·4분기 인허가 물량은 관련 통계가 시작된 2007년 이후 최저치다.
올해 1·4분기 서울의 빌라 인허가 물량은 564가구이다. 전년동기 1198가구와 비교해 반토막이 났다. 2022년(4933가구) 대비로는 88% 감소한 규모다. 이 역시 역대 1~3월 기준으로 최악의 수치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10월부터 빌라 등 비 아파트 공급을 늘리기 위해 가구당 대출한도 7500만원, 금리 죄처 3.5%의 건설자금을 주택기금에서 1년간 한시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정책이 시장에서 먹혀들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전세 사기 여파, 공사비 급등, 수요 위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빌라 공급이 고사 위기에 처해 있다고 진단한다. 여기에 다주택자 규제로 인해 임대상품인 빌라 가치가 폭락한 것도 한 몫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승배 한국부동산개발협회 회장은 "다주택자 규제가 빌라 공급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시행사나 건설사들이 집을 짓고 싶어도 못 짓는 상황이 더 심해지고 있다"며 "서민주택 공급 부족으로 전월세 가격이 올라가면서 서민주거가 굉장히 불안정 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 경우 신통기획이 빌라 공급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신축빌라 공사중에 해당부지가 신통기획 대상지로 지정되면 분양권이 아니라 현금청산이 되기 때문이다. 신통기획의 경우 권리산정기준일이 공모일이다. 권리산정기준일 다음 날까지 소유권 확보가 되지 않으면 입주권을 받지 못하고 현금청산으로 분류된다.
실제 A시행사는 빌라 인허가를 받고 공사를 진행하다 최근 신통기획 후보지로 선정됐다. 준공은 올 하반기이다. 건물이 완공되면 현금청산 대상이 된다. A대표는 "현금청산 대상이 되는 빌라를 누가 사겠느냐"고 하소연했다.
신속통합기획은 수시로 접수가 이뤄지고 있는 데 빌라 공급자 입장에서는 사업의 안전성도 장담할 수 없다.
자칫 빌라를 짓다가 신속통합기획 후보지로 선정되면 낭패를 보게 되기 때문이다.
권리산정기준일 이전에 착공 신고를 마친 경우 현금청산대상에서 배제하는 등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형범 대한주택건설협회 정책관리본부장은 "엄격한 권리산정일 기준으로 투기와 무관한 서민주택 공급까지 단절시키고 있다"며 "이에 대한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ljb@fnnews.com 이종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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