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없다고 사실상 정부 손 들어줘
의료계는 이제 정부와 대화 나서야
서울고법 행정7부의 의대 교수, 의대생 등 18명이 보건복지부·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의대 증원 집행정지 신청 항고심 판단이 나온 16일 서울 서초구 법원 청사 앞으로 시민 등이 지나고 있다. 사진=뉴스1
서울고법 행정7부가 16일 의대생과 교수, 전공의 등이 의대정원 2000명 증원·배분 결정의 효력을 멈춰달라며 정부를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의 항고를 기각 또는 각하했다. 법원이 정부의 손을 들어준 셈이 됐다. 이날 재판부 결정으로 지난 2월 말 이후 석 달 가까이 이어온 의정갈등과 의료대란은 기로를 맞게 됐다.
이번 법원 결정으로 정부는 원래 일정에 따라 의대 증원절차를 마무리할 동력을 얻었다. 대학들이 의대 증원을 반영한 학칙 개정을 진행하고,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대입전형심의위원회가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을 승인해 각 대학에 통보하는 절차를 밟는다. 이어 대학들은 이달 말 혹은 다음 달 초 '수시모집요강' 발표와 함께 정원을 확정한다.
그러나 법원 결정이 의대 증원 갈등을 완전히 해소했다고 단정하긴 이르다. 여전히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은 해소되지 않아서다. 이번 법원의 결정과 무관하게 의료계는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엔 원천 반대한다는 입장이 확고하기 때문이다.
전국의과대학 교수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 15일 온라인으로 개최한 임시총회에서 내린 결론은 크게 두 가지였다. 먼저 법원이 증원 효력정지를 인용할 경우 그 결정을 존중해 진료의 정상화 방안을 모색한다는 것이다. 이는 의대 증원 무력화에 더욱 매달리겠다는 의미다.
실제로 인용 결정이 내려졌다면 정부는 내년도 입시의 의대 증원일정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 다만 의대 증원 철폐가 아니라 내후년으로 연기하는 것일 뿐이다. 따라서 정부는 내후년 입시에 증원분을 반영하는 법적 절차를 밟을 계획이었다. 의료계는 증원 유예가 아닌 증원계획 전체의 백지화를 주장해왔다. 따라서 법원이 인용 결정을 내릴 경우 증원계획 백지화를 위한 집단행동에 더욱 힘을 실었을 것이다.
반면 비대위는 법원의 기각 혹은 각하 결정이 나올 경우 '근무시간 재조정'에 나선다는 입장이었다. 기존 주 1회 정기휴진 외에 1주일간 휴진 등을 포함한 다각도의 집단행동에 나선다는 의미다. 이는 법원에서 어떤 결정을 내더라도 당초 의대 증원 원천 반대라는 주장을 절대 굽히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의료계의 반발은 두 가지 임계점을 넘어섰다. 현재까지 여러 설문조사에서 드러난 국민 여론은 의대 증원에 압도적인 찬성 분위기다. 국민의 목소리를 거스르며 의대 증원 반대를 관철하려는 의료계의 명분이 약하다는 얘기다. 더구나 의료계는 정부와의 대화와 타협 대신 법의 심판에 맡기겠다며 대립각을 세워왔다.
그 결과 1심(서울행정법원) 재판부가 '신청인 적격'이 없다며 각하한 데 이어 이날 열린 항고심에선 각하와 기각 결정이 났다. 국민의 뜻과 법의 심판 위에 어떤 권력도 있을 수 없다. 의사들은 이제 대화의 장에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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