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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주민들이 對北 확성기를 반기는 이유

통일 지우고 김정은 우상화, 대남 노선 변경, 내부 혼란
軍 지난 9일 이후 일주일째 대북방송 중단.. 소강상태
北 MDL 수십명 침범 후, 휴전선 일대 장벽 설치 포착

[파이낸셜뉴스]
北 주민들이 對北 확성기를 반기는 이유
정부가 북한의 대남 오물 풍선 재살포에 대응하기 위해 대북 확성기를 설치하고 방송을 실시한 가운데 10일 경기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군인들이 이동형 대북 확성기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자유아시아방송(RFA)는 최근 급작스럽게 김정은 위원장이 바꾼 대남노선으로 북한의 청소년들이 혼돈에 빠졌다고 16일 밝혔다.

북한은 지금껏 어린 학생들을 상대로 ‘남과 북은 뗄래야 뗄 수 없는 하나의 겨레, 하나의 민족’이라고 꾸준히 교양해 왔다. 북한이 만들어낸 통일가요만 수백 가지가 넘는다. 올해 1월 초까지 학생들은 이런 통일가요들을 마음대로 불렀고 북한 당국도 그런 노래들을 많이 부르도록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분위기를 조성했다.

특히 북한은 어린 학생들에게 남과 북은 하나의 겨레, 하나의 강토, 하나의 조국이라고 가르쳤다. 그런데 지난 1월 15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10차회의에서 김정은이 뜬금없이 남과 북을 하나의 국가, 하나의 민족이 아닌 ‘철저한 타국’, ‘가장 적대적인 국가’라고 규정하고 이때부터 북한 당국은 통일과 관련된 표현을 금지시켰다.

북한 전문가들은 우리 민족, 조국 통일과 관련된 표현들을 점차적으로 줄인 것이 아니라 어느 날 갑자기 칼로 절단하듯이 사용을 아예 금지시켜 버리니까 이게 잘 먹혀 들지 않고 극심한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북한은 초급중학교 학생들에게도 우리 민족에 대한 표현, 조국통일과 관련된 표현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반동사상문화배격법으로 억제했다.

하지만 북한의 젊은이들 속에서 남한식 말투라든지, 남한식 머리모양, 남한 젊은이들의 화장법까지 널리 유행하고 있음은 최근 북한을 탈출해 남한에 무사히 도착한 청소년들을 통해 많이 전해지고 있다.

북한이 살포한 오물 풍선에 대한 맞대응으로 시작된 남한의 대북 확성기 방송에 대해선 단지 남한 방송이라서 군인들의 심리에 균열이 시작되어 동요한다는 건 아니지만 북한주민들은 왜 가난한지, 또 장마당 물가의 변동 요인과 인간의 자유로운 사랑을 표현한 가요를 남조선 방송으로 듣다 보면, 심리적 동요가 올 수 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이어 북한에서도 사람마다 반응은 다르겠지만, 대체로 중년층이든 젊은층이든 남한 방송을 듣고 싶어하는데, 2020년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이 나와 이후 소형 라디오로 남한 방송을 몰래 듣던 북한주민들이 남한 방송을 듣는 것은 제한을 받아왔다. 북한 주민들은 대북 방송을 반길 것이라면서 전파를 통해 공중에서 들리는 방송 소리까지 북한 당국이 통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북한 당국이 주입하는 김정은 찬양가 등 선전선동 가요의 특징은 서정적인 음감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가사마다 수령 우상화가 들어가 있어 노래 같지 않다는 게 북한 주민들의 속내로 알려졌다. 따라서 ‘친근한 어버이’ 가요 보급 사업이 공장기업소 등 전국적으로 진행되고 있어도 그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전망했다.

군 당국은 북한군 수십명이 군사분계선(MDL)을 넘어왔다가 우리 군의 경고사격에 퇴각한 것으로 알려진 지난 9일 오후 실시했던 대북 확성기 방송을 10일부터 일주일째 실시하지 않고 있다.
북한도 10일 이후 대남 오물풍선 공세와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전파 교란 공격을 중단 중이다.

이런 가운데 국방부 관계자는 지난 14일 “최근 북한군이 동부∙서부∙중부 전선 일대 군사분계선에서 북측으로 1km쯤 올라간 지점을 따라 병력과 장비를 투입해 장벽을 세우기 위한 작업을 하는 모습이 우리 측 감시 자산에 포착됐다”며 우리 군이 정밀 분석 중이라고 전했다.

이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북 관계를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하고 ‘반통일’ 정책을 천명한 이후 물리적 국경선을 만들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北 주민들이 對北 확성기를 반기는 이유
정부가 북한의 대남 오물 풍선 재살포에 대응하기 위해 대북 확성기를 설치하고 방송을 실시한 가운데 10일 경기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북한 측 모습. 사진=뉴시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