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입성을 준비하던 기업들의 상장심사 철회가 잇따르고 있다. 업계에서는 한국거래소의 상장 심사 문턱이 높아지면서 미승인 '딱지'가 붙기 전에 자진해서 심사 철회를 선택하는 사례가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17일 거래소에 따르면올해 들어 신규상장 예비심사 신청을 철회한 기업은 모두 17곳에 이른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지난해 수치(25곳)를 넘어설 전망이다.
심사를 철회한 기업 중에는 기술특례상장을 추진한 기업이 10곳으로 제일 많다. 기술특례상장은 적자기업에도 상장을 허용해주는 제도다. 이달 들어서만 반도체 장비업체 HPK와 표적 항암제 개발기업 지피씨알이 심사 철회를 결정했다. 업종별로는 제약·바이오 관련 기업이 5곳으로 최다였다. 대개 상장심사 철회는 코스닥 상장심의위원회에서 심사 미승인 통보를 받을 가능성이 높은 기업들이 선택한다. 거래소로부터 최종 미승인 통보를 받을 경우 향후 코스닥 입성 재추진시 꼬리표가 붙어 상장 기회가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거래소 심사 기준이 보수적으로 바뀐 탓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파두의 '뻥튀기 상장' 사태 이후 기술특례상장 요건으로 심사를 신청한 기업들에 대해 거래소의 심사 기조가 엄격해진 것으로 보고 있다. 거래소 규정상 상장예비심사 기간은 45영업일 이내지만 상당수 기업들이 이를 훌쩍 넘어섰다. 올해 심사를 철회한 기업 11곳은 지난해 7~11월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한 뒤 반년 가까이 심사를 받아오다 철회를 결정했다.
심사 철회가 속출하자 주관사에서도 심사 승인율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한 IPO업계 관계자는 “거래소 인사 지연, 파두 사태 등을 거치면서 심사 기조 자체가 기술특례상장 기업들에 보수적으로 바뀌었다”며 “주관사 입장에서도 원활한 상장이 가능한 내실 있는 기업을 선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최근 수요예측에서 비교적 저조했던 그리드위즈도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1.2배로 마감하는 등 공모 분위기는 여전히 좋은 반면, 상장 심사 기조는 안 좋아지는 '희비가 엇갈리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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