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의 언행은 국격이 걸린 문제
후진적 정치는 국가 발전 가로막아
유상범(가운데) 국민의힘 의원과 송석준 의원이 지난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에게 의사일정 변경 등으로 항의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의 막말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지난 26일에는 여당인 국민의힘을 겨냥해 "뜨거운 맛을 보여주겠다" "한번 붙어보자"고 했다. 국회의원의 품위를 벗어난 폭력적 언어가 아닐 수 없다.
개인의 말은 인격의 발로(發露)이고, 정치인의 말은 국격과 관련이 있다. 정치인에는 물론 대통령 등 고위 공직자와 의원이 포함된다. 개인은 말을 잘못하면 인격을 스스로 격하시키고, 정치인의 막말은 국격을 떨어뜨린다. 조직폭력배를 연상케 하는 정 위원장의 말은 나라의 품위를 손상시키는 행위다.
더욱이 법사위원장은 의원 개인이 아니라 국회의 대표자 가운데 한 사람이다. 외국 언론의 주목을 받는 자리다. 민주당 소속이지만 위원장은 여야 안건을 조정하고 바른 결론을 낼 책임이 있다. 막중한 위치를 망각하고 정 위원장은 지난 21일 민주당 단독으로 소집한 해병대원 특검법 입법 청문회에서 "천지 분간을 못 하냐"는 등의 막말을 증인들에게 퍼붓기도 했다. 10분간 회의장 밖 복도에 나가 있으라고 퇴장명령을 반복하기도 했다.
민주당이 절대다수 의석을 앞세워 주요 상임위원장 자리를 독식할 때부터 막말 퍼레이드도 예견되긴 했다. 지금 민주당은 막말만이 문제가 아니다. '막가파', 절대 권력자처럼 군림하고 있다. 민주당의 극렬 지지자를 지칭하는 '개딸'들은 이런 정 위원장의 막가는 행동을 오히려 지지하고 응원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강성 정치인과 극렬 지지자의 결합에서 광기(狂氣)가 느껴진다. 인류를 극심한 고통에 빠뜨린 전체주의(全體主義)의 초기 증상을 보는 듯하여 심히 걱정스럽다. 민주당이 행정부까지 거머쥔 집권세력이라면 결과가 어떨지 아찔하다. 반대 정파의 싹마저 잘라버리고 국가 전체를 멋대로 좌지우지할 게 뻔하다. 소수는 소수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다수의 발 아래 짓밟힐 것이다. 현재 그런 풍경들이 국회에서 벌어지고 있다.
무기력한 여당은 이제 맞서 싸울 힘마저 잃어버린 것 같다. 그래도 민주당의 야만 정치에는 품격 있는 정도(正道) 정치로 저항하는 도리밖에 없다. 같은 막말로 대항하다가는 같은 무리로 휩쓸릴 뿐이다. 민심은 천심이라지만 바른 정치는 언젠가는 인정을 받는다.
반대로 민주당은 역풍의 부메랑을 맞을 수 있음을 명심하기 바란다. 여당의 잘못은 따지고 공격함이 마땅하지만, 수단과 방법이 틀리면 민주당이 원하는 효과마저 달성하기 어렵다. 지지자들을 등에 업고 광란의 폭주를 할 게 아니다. 정제된 언어와 관행과 절차를 지키는 국회 운영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목적을 이룰 수 있다.
지지자들은 시원할지 모르지만 반대 쪽에 있는 국민들은 듣기에 불편할 것이다.
지지를 하지 않는다고 해도 그들도 국민이다. 폭주와 막말의 정치는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음을 알아야 한다. 후진적 정치는 결국 국가발전의 발목을 잡는 장애물이 될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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