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회장. 뉴시스 제공
[파이낸셜뉴스] 해외 증시에 투자하는 서학개미들이 길을 잃었다. 테슬라와 엔비디아 등 주도주들이 흔들리면서 중소형주로 수급이 바뀌는 상황이 나오기 때문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아직 추세 전환을 논의하기에는 이른 시점"이라고 조언한다.
18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미국의 중소형주로 이뤄진 러셀2000지수는 이달 9일(현지시간) 2029.47에서 17일 2241.25로 10.43% 상승했다. 지난 16일에는 2263.67까지 오르기도 했다. 러셀2000은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된 종목 중 시가총액 1000~3000위까지의 종목으로 구성된다.
같은 기간 대형주로 구성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5576.98에서 5588.27로 0.20% 상승하는데 그쳤고, 나스닥종합지수는 오히려 2.34% 떨어지기까지 했다. 올해 뉴욕증시를 이끌어 온 대형주가 흔들리고 있다.
메리츠증권 최병욱 연구원은 "중소형주 강세 배경으로 그동안 대형주 강세가 너무 길게 지속됐고, 미국 기준 금리 인하 가시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금리 민감도가 높은 중소형주가 먼저 반응하고 있다는 분석이 거론된다"라고 진단했다.
특히, 이날 뉴욕증시는 대형주의 급락세가 두드려졌다. 엔비디아(-6.62%), 메타(-5.68%), 테슬라(-3.14%), 브로드컴(-7.91%), TSMC(-7.98%)는 3% 이상 급락했고, 애플(-2.53%), 마이크로소프트(-1.33%), 아마존닷컴(-2.64%), 구글(-1.55%) 등 나스닥시장에서 시가총액 상위권 종목들은 대부분 하락 마감했다.
믿어 왔던 대형 빅테크가 흔들리자 서학개미들도 새로운 종목들을 찾아 나섰다.
국내 투자자들이 이달 들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엔비디아와 테슬라가 아니라 '애플'이었다. 총 1억7855만달러(약 2466억원)를 순매수했다. 브로드컴(1억3965만달러), TSMC(1억2547만달러), 마이크로소프트(9705만달러), 나이키(9633만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서학개미의 사랑을 받았던 엔비디아와 테슬라는 이달 들어 순매도 종목이 됐다. 거래량(매수+매도결제액) 1·2위는 여전히 테슬라와 엔비디아였다. 그러나 매도금액 1·2위도 엔비디아와 테슬라였다.
서학개미들은 이달 들어 엔비디아의 주식을 4억980만달러(약 5661억원) 팔아치웠다. 테슬라에 대해서도 3억5882만달러(약 5000억원) 규모의 순매도를 진행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아직 추세가 전환됐다기 보다는 '탐색기'라고 말한다. 최 연구원은 "우리는 아직도 '인공지능(AI)과 기술주 상승'이라는 추세 속에 있고 해당 추세가 주춤한 것은 약 6거래일에 불과하다"라며 "현재 상황은 '추세 반전의 시발점일지, 아니면 단기간 조정에 불과한 것인지'에 대한 탐색이 이뤄지는 시기라고 볼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중소형주의 깜짝 강세가 지난해 말에도 존재했다. 러셀2000지수는 지난해 11~12월 두 달 동안 23.1% 상승하며 14.5% 상승한 S&P500지수의 수익률을 8.6%포인트 앞섰다.
하지만 올해 초 기술주가 상대적 강세를 이어가며 이 추세는 올해 상반기까지 지속됐다.
최 연구원은 "추세 반전을 위해서는 더 큰 힘과 근거의 변화가 필요한데, 현재까지는 실적이나 가이던스 측면에서 추세의 반전을 확언하기에는 이른 시점"이라고 전했다.
다만 그는 "극심한 대형주 쏠림, 중소형주의 이익증가율, 금리 인하 영향 등 여러 지표가 신호를 보내고 있기 때문에 단기적인 순환매 지속 가능성은 충분하다"라며 "대형 기술주 위주 시장의 흐름이 바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조금 더 지켜보긴 해야한다"라고 조언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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