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폭락장이 펼쳐진 이틀 간 5대 시중은행에서 마이너스통장과 신용대출을 받은 규모가 1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빚을 내서 주식 투자에 나선 이른바 '빚투족'이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6년 만에 최대 하락률을 기록한 이번 폭락장에서 저가에 주식 매수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5일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38조6800억원으로 주식시장 대폭락 전인 지난 1일보다 5523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5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92조7484억원으로 4584억원 증가했다. 지난 2일과 5일 이틀 간 마이너스통장과 신용대출 잔액이 총 1조107억원 증가한 것으로, 최근 펼쳐진 폭락장에서 주식투자를 하기 위해 '빚투족'이 등장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통상 대형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신용대출과 특히 마이너스 통장 잔액이 늘어난다"면서 "8월 2일과 5일은 기록적인 폭락장이라 같은 현상이 나타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도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해서 주식투자를 많이 하는데 신용대출이 갑자기 급증한 것을 보면 신용대출까지 받아서 주식 투자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마이너스통장 잔액과 신용대출 잔액은 '블랙 먼데이'인 지난 5일에 집중적으로 증가했다. 지난 5일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하루 만에 4932억원, 신용대출 잔액은 4106억원 늘어난 것이다. 지난 2일에 이어 5일에도 폭락장이 지속되자 하루 만에 약 9000억원을 대출받은 것으로, 이는 주식 투자자금으로 흘러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 A씨는 "폭락장이 '여름할인 찬스'라고 생각하고 평소에 사고 싶었던 주식과 비트코인을 샀다"고 전했다. 실제 증권가에서도 전날 코스피가 2차 지지선인 2500에 근접할 경우 저가 분할 매수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오기도 했다.
앞서 올해 공모주 대어로 꼽힌 게임사 '시프트업'의 공모청약이 있었던 지난달 1~4일 5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이 1조879억원 급증했다. 지난 6월의 신용대출은 2143억원 줄었는데 이례적으로 7월에 나흘 동안 1조원 넘게 신용대출이 증가한 것은 게임업체 '시프트업' 공모청약 증거금으로 활용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청약증거금이 환불된 지난 5일 신용대출은 1조8000억원 줄어들었다.
코스피는 미국발 경기 침체 우려로 지난 2일 3.65% 내린 데 이어 지난 5일에는 불안 심리가 더욱 확산하면서 '패닉셀' 현상이 나타난 결과 하루 동안 8.77% 폭락했다. 이날 코스피는 매수세가 몰리면서 3%대 반등하며 2500선을 회복했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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