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그린벨트 지역 뒤로 올림픽아파트와 올림픽파크포레온이 보인다. 사진=최용준 기자
지난 9일 서울 서초구 내곡동의 그린벨트 지역에 '개발제한구역 내 행위제한'을 안내하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사진=성석우 기자
[현장르포] "땅주인들이 내놨던 매물도 거둬들이고 있다"
정부가 서울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 계획 발표 직후인 지난 9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그린벨트 인근 공인중개사는 "아침에 매수문의 전화를 몇통 받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해당 그린벨트는 올림픽아파트와 방이동 보전지역 사이로 잡초와 호박넝쿨, 옥수수들이 뒤섞여 온통 초록빛이었다. 일대가 주말농장, 비닐하우스, 화원 등 낮은 건물만 있다 보니 올림픽아파트가 유난히 높아 보였다. 방이 그린벨트와 동남로의 건너편인 경기 하남시 감일동 그린벨트 역시 대로변을 제외한 곳은 야트막한 언덕과 숲, 밭이 전부였다. 방이동 그린벨트 인근의 공인중개사무소들은 해제 유력 후보지 소식에 대체적으로 반신반의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방이동에서 만난 다른 공인중개사는 "이번 경우처럼 해제 기대감이 생기면 호가가 올라 거래도 없다"며 "또 시간이 지나면 해제 기대감이 사라지면서 수요가 줄어든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대표적인 그린벨트 해제 유력지로 꼽혀온 서초구 내곡동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해제가 유력한 그린벨트지는 이미 수년전부터 해제를 내다본 투자자들이 땅을 소유한 데다 최근에는 해제 가능성에 매물은 자취를 감췄다. 내곡동에서 영업 중인 한 공인중개사는 "수년 전부터 그린벨트 해제 가능성 소식이 나올 때마다 내곡동이 가장 많이 언급됐지만 해제가 되지 않았다"면서 "이 때문에 다들 관망하는 기류가 짙다"고 말했다. 인근 또다른 공인중개사도 "이미 많은 투자자들이 개발 시 부여되는 보상을 생각하고 들어와 있다"고 귀띔했다. 그린벨트 거래는 드물고, 가격 변동은 크지 않다는 게 중개사의 설명이다. 그는 "내곡동 그린벨트 지역 내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싼 대로변의 경우 지난 4년 전 3.3㎡당 300만원 중·후반대였고 현재는 400만~500만원 사이"라며 "다른 지역 토지들의 상승분에 비해 크게 올랐다고 볼 수 없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공급대책으로 그린벨트 해제 가능성이 높은 곳은 녹지보존 가치가 훼손된 농경지나 창고 사용지 등이 꼽힌다. 그린벨트 매물도 대부분 농지이지만 가격은 천차만별이었다. 그린벨트 내 실거래가 드물다 보니 시세가 없고 호가도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가장 비싼 매물 중 하나는 경기 하남감일 대로변과 연접한 777㎡(약 235평)로 39억원이었다. 3.3㎡당 1660만원 수준이다.
송파구 마천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최근 방이동 농지 202㎡(약 60평)은 3억3000만원에 매물이 있었다. 3.3㎡당 550만원 수준이다"고 말했다. 하남 감일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방이와 감일 그린벨트는 서로 붙어 있어 가격이 큰 차이는 없다"며 "5년 전 3.3㎡가 300만원대에서 현재는 500만원대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린벨트에 묶인 농지의 경우 매수하기 위해선 농지취득자격증명서 등이 필요해 까다롭다"고 덧붙였다. 송파구 방이동의 중개사는 "그린벨트 내 농지는 작은 평수는 드물고 대부분 660㎡(200평) 이상이다"며 "투자금이 많이 들기 때문에 지금까지 거래가 거의 없었다"고 전했다.
그린벨트 인근 주민들은 기대감에 들뜬 분위기였다. 경기 하남시 감일동 인근 빌라 소유주는 "3억원대에 집을 샀다"며 "과거 호가가 6억원까지 오른 적 있는데 향후 더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인근 재건축 추진 단지들도 호재를 기대했다. 송파구 내 올림픽아파트 재건축 신속통합위원회 서동균 위원장은 "주민들이 인근지역 그린벨트 해제를 기대하고 있다"며 "향후 재건축 계획과도 밀접한 만큼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주택공급에 대해 적절한 위치와 충분한 공급 물량이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강남권에 3만 가구 이상 대규모 공급을 한다면 의미가 있다는 게 중론이다. 앞서 정부는 그린벨트 등 신규택지 공급물량 8만가구 중 최소 1만가구이상을 서울에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권대중 서강대 교수는 "강남 지역, 경기도에서도 분당급 신도시에 GTX노선이 지나는 곳을 중심으로 추진한다면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jiany@fnnews.com 연지안 최용준 성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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