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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범이 범행 자백했어도…대법 "피고인 부인하면 증거로 못 써"

"사법 공백 생길 수 있다" 2심은 증거능력 인정…대법 '파기환송'

공범이 범행 자백했어도…대법 "피고인 부인하면 증거로 못 써"
서울 서초구 대법원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공범의 피의자신문조서를 피고인이 부인하는 경우 유죄의 증거로 쓸 수 없다는 기존 판례를 대법원이 재확인했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지법에 돌려보냈다.

A씨는 지난해 3~4월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에 앞서 지난 2022년 12월에 B씨에게 현금 15만원을 받고 필로폰을 판매한 혐의도 적용됐다.

쟁점은 피고인이 부인한 B씨의 피의자신문조서를 증거로 사용할 수 있는지 여부였다. 해당 조서에는 A씨가 B씨에게 필로폰을 판매했다는 내용이 담겼는데, A씨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1심은 필로폰 투약 혐의에 대해 유죄로 판단하면서도, 필로폰 매매 혐의는 무죄로 봤다. B씨의 피의자신문조서를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B씨에게 필로폰을 판매한 적이 없고, B씨가 선처를 받기 위해 피고인으로부터 필로폰을 매매했다고 거짓진술을 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대향범으로서 공범 관계에 있는 B씨에 대한 경찰 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 내용을 부인하고 있는바, 해당 조서는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했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B씨의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해 모든 혐의를 유죄로 판단, A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2심은 "대법원 판례들처럼 공범 피의자신문조서까지 내용 부인으로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수사기관이 적법하게 취득한 진술을 피고인의 선택에 따라 무효화할 수 있게 된다"며 "피고인이 부인하고 공범이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허위로 진술을 번복하면 더 이상 유죄 입증의 증거는 없게 돼 회복 불가능한 사법 공백이 생길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피고인과 변호인이 피의자신문조서에 관해 내용을 부인하는 취지로 '증거로 사용함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밝혔다"며 "이 사건 피의자신문조서는 형사소송법에 따라 유죄의 증거로 쓸 수 없다"고 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검사 작성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해서도 피고인이 내용을 인정해야 증거능력이 인정되게 됐다"며 "이 사건에서도 같은 법리를 재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