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9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체코 공식 방문을 위해 출국하며 환송나온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지도부와의 만찬을 하루 앞둔 23일, 당초 한 대표측이 요청한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간 독대는 일단 없게 됐다.
체코 원전순방을 마친 직후 당정간 순방 성과 공유를 비롯해 거대 야당의 특검법 강행 처리 등 당면한 현안에 대한 당·정·대통령실간 견고한 공조 방안을 논의하는 것보다 독대 여부에만 시선이 쏠리는 걸 막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당정간 주요 국정현안을 놓고 허심탄회하게 대화함으로써 일사분란한 당정간 화합을 도모하는 자리가 자칫 독대 이슈에 매몰되면서 만찬 회동 자체의 의미가 반감되는 것을 경계한 조치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독대를 요청한 것에 대해 "내일(24일)은 지도부를 격려하는 자리로 보시면 된다는 입장"이라고 밝혀 사실상 거부 입장을 밝혔다.
이 관계자는 "독대가 내일 꼭 해야할 사안은 아니다"라면서 "추후 협의를 하겠다"고 설명했다.
당에도 이같은 입장을 전달했음을 밝힌 대통령실 관계자는 "(독대 요청이) 당정 간에 협의하는 과정에서 언론에 나와 당정 불협화음으로 해석하기도 하는데 협의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면서 "당과 계속 소통하고 접점을 찾아가고 있다"고 말해,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다만 원전동맹 등 체코 순방 성과 알리기에 집중할 시점에 여당에서 먼저 독대 신청이 공개돼 이슈 흐름이 바뀐 것을 놓고 대통령실과 여당 내에서도 아쉽다는 반응은 나오고 있다.
또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 순방이 끝나자마자 한 대표의 독대 요청이 공개되면서 순방 성과가 묻히는 결과로 이어졌다"면서 "예전 같으면 당정이 하나가 돼 순방 성과를 알리고 야당의 허위 공세도 같이 막을텐데 지금은 그런게 없다"고 비판했다.
당초 대통령실에선 한 대표의 독대 요청에 윤 대통령과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 성태윤 정책실장 등 3명이 당 지도부와 함께 만찬 전 사전환담을 하는 것을 검토했지만 이마저도 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여당에선 한 대표 입장에선 의정갈등과 같은 현안 돌파를 위해 필요한 조치였을 것이란 해석과 굳이 독대 요청을 먼저 알릴 필요가 있었겠느냐는 친윤계 등의 회의론이 충돌하는 모양새다.
당내 소장파인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건희) 여사에 관한 문제, 채상병 특검 등 그동안 정권의 역린이라 불려왔던 여러가지 이슈들이 여당한테는 지금 제일 중요한 국면 과제"라며 "(한 대표가) 독대를 요청할 수밖에 없었던 맥락이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반면 친윤계를 중심으로는 '독대 요청 선(先)공개'에 대한 정치적 저의를 의심하는 분위기도 있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통상적으로 대통령과 만나서 '이런 대화가 있었다'라고 추후에 공개하면 훨씬 더 신뢰성도 높아지고 좋아질 것"이라며 "조화롭게 대화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이야기인데 이것이 사전에 공개되면서 양쪽 다 부담스러운 상황이 된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대통령실의 이같은 입장에 한 대표는 이날 기자들에게 "의료계와 관련해 중요한 현안이 있고 그 현안 논의를 위해 독대는 필요하다"면서 "내일이 어려우면 조만간 꼭 (독대가) 다시 필요하지 않나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김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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