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

[fn사설] 악질적 의사 리베이트·탈세 왜 뿌리뽑지 못하나

결혼비용 대납, 뒷돈 조성 수법 대담
자격 영구박탈 등 강력히 제재해야

[fn사설] 악질적 의사 리베이트·탈세 왜 뿌리뽑지 못하나
민주원 국세청 조사국장이 25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리베이트 탈세자 세무조사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스1
뇌물성 리베이트를 받고 세금을 포탈한 의사들이 대거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한 제약업체로부터 수천만원의 현금과 금품, 골프 접대를 받아 불법 리베이트에 연루된 의사만 1000여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들은 수사를 받고 있고 상당수가 입건된 상태다. 경찰은 주요 제약사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의사와 제약업체의 리베이트는 조세정의를 짓밟고 혈세를 편취하는 중대한 범죄행위다.

국세청이 지난 25일 의약품·건설·보험중개업계의 불법 리베이트 사례 40여건을 공개했는데, 대담한 탈세 행태에 혀를 내두를 정도다. 한 의약품 업체는 수도권의 한 병원장 부부의 결혼비용 수천만원을 대신 결제해줬다. 고급 웨딩홀 예식비와 신혼여행 경비, 예물비까지 받았다. 업체는 의사의 집과 병원에 수천만원 상당의 명품 소파 등을 배송해주기도 했다.

또 다른 의약품업체는 의사 가족회사에 임상 용역비를 부풀려 지급하는 수법으로 뒷돈을 건넸다. 직원 가족 명의로 설립한 영업대행사와 수십억원 상당의 가짜 용역계약도 체결해 돈을 빼돌렸다. 이들은 수십억원의 배당금도 챙겼다. 리베이트를 주거나 받은 업체 모두 허위서류를 만들어 정상적인 비용으로 세무 처리해 세금을 탈루했다.

의사와 제약업체의 철저하게 구조화된 갑을 카르텔은 뿌리가 깊다. 제약사 영업담당자들이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들 세금까지 대신 내줄망정 이름을 대지 않겠다고 할 정도로 갑을 질서는 절대적이다. 이런 카르텔을 깨지 않고선 조세정의니 건강보험 재정 투명성 강화니 하는 소리는 모두 공염불이다.

국세청은 때만 되면 불법 리베이트를 근절하겠다고 하는데도 뿌리 뽑히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관행이 돼버린 리베이트에 관대한 인식과 의사에게 유독 느슨한 처벌 규정 탓에 법이 우스운 게 첫째 이유일 것이다. 불법 리베이트로 적발된 제약사가 약제 보험급여 인하 등의 제재를 가한 정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해 불복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국세청이 리베이트 탈세 가능성이 높은 비정상 거래를 감지해 선제적으로 조사하는 역량이 부족한 것이 아닌지도 의심스럽다. 불법 리베이트는 다수 국민에게 돌아갈 이익과 혜택을 소수 기득권층이 편취 독점하는 악질 중의 악질 행위다. 소수가 약탈한 뒷돈은 의약품 처방과 의료장비 시술비 등에 전가된다. 의약품을 비싼 값에 과잉 처방하고, 혈세와 다름없는 국민건강보험 재정을 축내는 것이다.

조세는 누구에게나 공정해야 한다. 불법 리베이트 의사와 기업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탈루한 세금을 끝까지 추징함이 마땅하다. 탈세 의사들도 예외가 될 수 없다. 불법을 저지른 의사는 자격을 영구 박탈하는 등의 강도 높은 제재가 요구된다.
암암리에 이뤄지는 리베이트의 특성상 내부고발 포상금을 높이는 등 개선방안도 찾아야 한다. 고소득 의사들의 심각한 도덕적 해이를 우리 사회가 더는 묵과해선 안 된다. 표적수사니 협박이니 하며 경찰 수사와 정부 의료개혁에 침을 뱉기 전에 자성부터 하는 게 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