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울대·서울대·강북삼성병원 공동
저작기능과 치매위험 사이 연관성 분석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노년기에 음식을 씹는 횟수가 늘어나면 치매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음식을 오래 씹는 것이 건강에 좋다는 기존의 통념과는 달리, 과도한 저작 행위가 오히려 치매의 전조 증상일 수 있다는 내용이다.
30회 씹는 남성, 10회 씹는 사람보다 '치매 발생률 2.9배'
분당서울대병원, 서울대병원,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공동 연구팀은 대한의학회지(JKMS) 최신호에 발표한 연구논문에서 저작(咀嚼)기능과 치매 위험 사이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연구팀은 60세 이상의 지역사회 거주 노인 5064명(남 2195명, 여 2869명)을 대상으로 씹는 기능의 저하가 치매 발생에 미치는 영향을 보기 위해 8년을 추적 관찰했다. 여기서 음식을 씹는 저작기능은 1년 동안 밥을 삼키기 전 평균적으로 씹는 횟수로 평가했다.
연구 결과, 남성의 경우 밥을 삼키기 전 30회 이상 씹는 사람이 10회 미만으로 씹는 사람에 비해 전반적인 인지기능과 기억력이 더 빨리 저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30회 이상 씹는 남성의 치매 발생률이 10회 미만인 사람보다 2.9배 높다고 추산했다.
알츠하이머 위험수치는 더 높아.. 여성은 연관성 없어
특히 치매 중 예후가 더 나쁜 알츠하이머병의 경우, 그 위험 수치가 3.2배까지 올라갔다. 평균적으로 평소보다 밥 씹는 횟수가 5회 늘어나면 치매와 알츠하이머병 발생률이 각각 16%와 23% 증가한다는 분석 결과도 나왔다.
남성 노인의 씹는 횟수와 치매의 연관성은 뇌 자기공명영상(MRI)에서도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씹는 횟수가 많은 남성일수록 저작 조절 및 치매 관련 뇌 영역(백질·측두엽·후두엽 등)의 용적이 감소한 상태였다. 그러나 여성 노인에게서는 저작 획수와 치매 위험, 그리고 뇌 용적 사이에 유의미한 연관성이 관찰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노년기 저작 횟수 증가가 치매 병리에 대한 보상 행동일 수 있다"라며 "나이가 들어 음식을 너무 오래 씹는 현상이 나타나면 가까운 보건소나 병원을 찾아 치매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라고 조언했다.
bng@fnnews.com 김희선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