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

배달수수료 논쟁 우아하고 침착하게 톺아보기 [이환주의 생생유통]

가맹본사 가입한 한국프랜차이즈협회 '배민' 공정위에 고발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가격 남용행위 불법 소지 있어" 주장
배달업체는 매장 규모별 차등수수료율 제시

[파이낸셜뉴스]
배달수수료 논쟁 우아하고 침착하게 톺아보기 [이환주의 생생유통]
서울 송파구 우아한형제들 본사 앞에서 라이더유니온, 공정한플랫폼을위한사장님모임, 서비스연맹 배달플랫폼노조 관계자 등이 배달의민족 수수료 인상 규탄 및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가맹 본사도 가맹점이 망하면 같이 망한다. 과거에는 가맹본사가 가맹점을 상대로 갑질한다는 논란도 있었지만 수년간 공정거래위원회가 살펴봐 지금은 많이 시정됐다. 가맹 본사가 가져가는 브랜드 사용료(로열티), 물류 마진은 이제 납득할 수준이다. 반면 배달 수수료가 오르면서 자영업자들은 사실상 월세를 두 번 내는 상황이다. 배달앱 각종 수수료가 월세 만큼 비싸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매장의 '이중가격제'를 문제 삼는다. 하지만 이는 거대 플랫폼이 배달료 무료 정책을 홍보하면서 배달 비용을 가맹점에 전가하기 때문에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전략이다. 일선 매장은 울며 겨자먹기로 이중가격제를 시행하며 소비자에게 비난 받고, 가게를 운영한다. 이마저도 힘들면 가게 문을 닫는다. 가게가 망하는데는 여러가지 요인이 있긴 하지만 배달 수수료 문제도 매우 크다. 가맹점들이 플랫폼에 불만을 제기해도 불이익을 당할 수 있어 이마저도 어렵다. 가맹본사가 회원으로 가입한 프랜차이즈협회가 주체가 돼 배달앱과 싸우는 이유다."

지난달 27일,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배달의민족'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직접 인용한 첫 문단의 글은 협회의 내용을 대강 정리한 것이다. 협회가 주장하는 배민의 불법 요소는 "50%가 넘는 시장지배적 사업자로서 '수급의 변동'이나 '공급에 필요한 비용의 변동' 없음에도 배달앱 수수료 가격을 올렸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협회는 배달앱 회사들이 매년 막대한 영업이익을 거두고, 회원수가 늘면서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면서 비용 절감이 가능한데 오히려 가격을 올렸다고 비판했다. 협회는 1차로 배달앱 1등 업체인 배달의민족을 공정위에 고발하고 향후 쿠팡이츠나 요기요 등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배달의민족 수수료 얼마나 올랐나

국내 배달앱 업계 1위인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2022년 3월 배달앱 이용료를 1차로 인상했다. 배민은 크게 '배달'과 '배민1'의 형태로 배달 서비스를 운영 중이었다. '배달'은 자영업자가 배달 대행업체를 섭외해 배달하는 '가게배달' 방식이다. '배민1'은 우아한형제들의 100% 자회사인 '우아한청년'들을 이용하는 배달 방식이다.

배민은 2022년 3월부터 '배민1' 주문을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변경했다. 종전에는 배달 건당 1000원을 부과했는데 이때부터는 주문금액의 6.8%로 변경했다. 2만원 치킨을 기준으로 배달료는 종전 1000원에서 1360원으로 36%가량 올랐다. 정률제 방식은 소액 주문 건에는 자영업자에 유리할 수 있지만 금액이 커질 수록 플랫폼인 배달의 민족이 돈을 더 버는 구조다.

이에 대해 배달의 민족 관계자는 "1000원 정액제에서 6.8% 정률제로 변경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며 "2021년 6월 배민1 론칭을 할 때부터 6.8% 정률제 상품이었는데 상품 출시 후 2022년 3월까지 1000원 정액 프로모션을 하다가 프로모션 종료 후 정률제를 적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협회 측은 배달회사를 자회사로 취득한 우아한형제들이 이를 계기로 자회사에 배달을 몰아주는 구조를 만들었다. 종전에는 '가게배달'과 '배민1'의 아이콘을 같은 크기로 노출했지만 이후에는 '배민1'의 아이콘을 훨씬 더 크게 키웠다. 가게배달만 하는 자영업자는 검색 노출이 줄어드는 등 디메리트를 줬다. 각종 프로모션도 '배민1'에만 몰아줬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배달의 민족 관계자는 "배민1 배달의 경우도 플랫폼을 이용하는 라이더들은 모두 자영업자로 배달 금액을 보고 본인의 의지대로 배민, 경쟁사 배달 건을 스스로 선택해서 배달을 하게 된다"며 "플랫폼이 일감을 몰아줄 수 없는 구조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배민1의 아이콘을 키웠다는 프랜차이즈 협회의 주장도 현재는 맞지 않다"며 "현재는 배민1과 가게배달의 아이콘이 동일선상에 노출되고 있고 총 배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가게배달이 7, 배민1 배달이 3으로 가게배달 비율이 훨씬 더 높다"고 덧붙였다.

배민이 수수료 6.8%를 받는 동안 경쟁업체인 쿠팡이츠와 요기요는 수수료를 올렸다. 현재 쿠팡이츠는 9.8%, 요기요는 9.7%다. 배민은 지난 8월 9일 수수료를 6.8%에서 9.8% 인상했다. 배민 입장에서는 경쟁업체 대비 수수료를 늦게 올렸는데 프랜차이즈 협회가 공정위에 신고한다니 억울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프랜차이즈산업협회와 이번 공정위 신고를 대행한 법무법인 원은 이에 대해 배민이 △배달앱 시장 부동의 1위 업체인 점 △1위 사업자의 불법 행위 인정에 집중하는 것이 효과적이고 향후 2~3위 업체가 따라올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음 등 2가지 이유로 설명했다.

정현식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장은 "고객 1인당 주문금액인 객단가를 2만원으로 가정했을때 정률제 9.8%를 적용하면 이용료는 1960원"이라며 "기존 1000원에서 두 배 가까이 인상돼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상황이 됐다"고 비판했다.

치킨, 커피 팔 때 배달 수수료 몇 %나 나가나

배달 3사의 배달 수수료는 배민 9.8%, 쿠팡이츠 9.8%, 요기요는 9.7%다. 하지만 이 수치만으로는 자영업자가 아닌 이상 잘 체감이 되지 않는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배달앱 수수료는 자영업자들에게 "월세를 2번 내는 것과 같은 어려움"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좀 더 자세하게 살펴보자.

실제로 자영업을 하는 자영업자, 전문가 등 복수에 따르면 적정한 월세(임대료)를 정할 때 '3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안정적으로 자영업을 하기 위해서는 3일 매출로 월세를 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월세가 90만원이라면 한 달에 휴일없이 30일을 일할 경우 하루 매출이 평균 30만원은 돼야 한다는 것이다. '3의 법칙'을 %로 환산하면 월세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다.

한때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 대표를 하다 이를 매각하고 '장사의 신' 유튜브 채널을 운영했던 은현장 전 대표도 많은 방송 등에서 적정한 월세로 홀 매장 기준 7%, 아무리 많아도 10%를 넘지 않아야 한다고 여러번 언급했다. 이 밖에 많은 전문가들이 생각하는 적정 월세의 비중은 10% 정도다.

배달수수료 논쟁 우아하고 침착하게 톺아보기 [이환주의 생생유통]
임대료는 매장 운영 매출의 7%를 넘지 않아야 한다는 영상 사장님귀는 당나귀귀 유튜브 캡처

그렇다면 프랜차이즈협회가 주장한 배달앱 수수료가 자영업자들에게 월세를 2번 내는 고통이라고 한 말은 설득력을 갖는다. 하지만 자영업자의 매출은 '매장 매출'과 '배달 매출'로 나뉜다. 업장에 따라 다르지만 최근 배달 매출 비중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매장 매출과 배달 매출의 비율이 50%라고 가정하면 배달 수수료가 미치는 전체 매출의 영향은 5% 정도로 줄어든다. 문제는 가맹사업자들은 건건당 내는 배달 수수료 외에도 배달앱에 일정액으로 주는 입점비용과 마케팅 비용 등을 추가로 낸다는 것이다.

프랜차이즈 협회 관계자는 "배달앱 수수료와 각종 비용을 다 합치면 평균적으로 17.5%의 배달 관련 비용이 나간다"고 설명했다. 배달 매출 비중이 50%인 가맹점을 기준으로 배달 관련 비용이 여전히 '8.75%'다.

일반적으로 개인 카페를 하는 자영업자에게 권장되는 비용 구조가 있다. 임대료 10%, 인건비 30%, 재료비 30%, 세금 10%, 기타 5% 등이다. 이를 바탕으로 개인 사업자가 가져갈 수 있는 순수익은 15% 정도다. 배달앱에 내는 수수료는 자영업자에게 추가적인 비용이다. 배달 수수료 10%를 빼면 개인 사업자가 가져갈 수 있는 순수익은 5%다. 하루 30만원, 30일간 휴일 없이 일하고 900만원 매출을 올리는 카페에 적용하면 5%는 45만원이다. 인건비와 재료비를 줄이지 않으면 그렇다는 거다.

배달수수료 논쟁 우아하고 침착하게 톺아보기 [이환주의 생생유통]
카페 권장 매출 구성. 순수익 15%인 카페에서 배달 수수료로 10%를 내면 순수익률은 5%로 떨어진다. 유튜브 캡처

문제는 배달 수수료가 정액제가 아닌 정률제이기 때문에 매출 자체가 크게 늘어도 점주가 가져가는 이익 성장은 한계가 있고, 배달 플랫폼의 이익은 지속 증가한다는 것이다.

이날 프랜차이즈협회는 주문금액별 배민원플러스의 지출 비용 및 점주 부담금을 구체적 수치로 제시했다. 배달 금액이 1만원인 경우 점주 부담액은 46%에 달한다. 수수료 9.8%(980원), 점주 배달비 2900원, 결제수수료 3%(300원), 배달 관련 비용에 추가로 붙는 부가세 10%(418원) 등 4598원을 내게된다. 1만원짜리 커피 2잔을 배달하면서 점주는 배달업체에 4600원 가량을 추가로 내는 것이다. 배달 금액이 2만원으로 늘어나도 점주 부담률은 30%(6000원)으로 여전히 부담스럽다.

배달수수료 논쟁 우아하고 침착하게 톺아보기 [이환주의 생생유통]
지난해 외식업체는 평균 39만원을, 프랜차이즈 외식업체는 41만5000원을 배달앱 관련 비용으로 지출했다.

우아한 형제들 얼마나 벌었나

그렇다면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얼마나 벌었을까. 2021년 우아한형제들의 영업이익은 99억원이었다. 2022년 3월 정액제에서 정률제를 도입하면서 영업이익은 4643억원으로 4600% 폭증했다. 2023년에는 7247억원으로 또 56% 증가했다.

배달의민족은 서비스 명칭이 매우 한국적으로 들린다. 하지만 2019년 독일계 자본인 딜리버리히어로(DH)가 인수해서 이제는 독일기업이다. 지난해 한국에서 7000억원을 번 DH는 이 중 4127억원을 독일 모기업에 배당했다. 한국의 자영업자, 이중가격제로 인해 그 비용이 전가된 소비자들의 주머니에서 나온 돈 4127억원이 독일로 가버렸다.

국내 소비자들은 배달앱에 들어가면 '배달료 무료' 쿠폰을 받고 마치 공짜로 배달을 시켜먹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하지만 생색은 배달플랫폼이 내고 비용은 자영업자들이 지면서 생존위기에 직면한 자영업자들은 배달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시킨다. 결국 배달 수수료를 내는 것도 자영업자 아니면 소비자인 셈이다.

우아한형제들의 영업실적
2021 2022 2023
영업수익 2조291억원 2조9515억원 3조4134억원
영업이익 99억원 4643억원 7247억원

공정위 고발, 협회 승산은?

프랜차이즈협회가 배달의민족을 공정위에 불법행위로 고발한 가장 큰 이유는 '시장지배적사업자의 가격남용(공정거래법 제5조 제1호)' 등이다.

관련 조항 등에서는 가격 인상의 이유로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그리고 그 정당한 이유는 '수급의 변동이나 공급에 필요한 비용의 변동'이 대표적이다.

고정표 법무법인 원 변호사가 "배민은 수급의 변동이나 공급에 필요한 비용의 변동이 없음에도 두 차례에 걸쳐 정당한 이유 없이 배달앱 이용료를 대폭 인상했다"며 "가격 남용 행위로 현저성 요건을 충족한다"고 말했다.

특히 규모의 경제로 인한 비용 절감의 효과가 커지고 있는데 인상했으므로 더 나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불법'에 대한 승소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이날 협회가 제시한 추가 질의응답서 자료에도 "시장실패가 존재하는 시장에서 가격남용을 한 행위에 대해 위법으로 인정한 사례는 없다"며 "다만 이번 사건이 위법으로 인정된다면 최초의 획기적인 사건이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다만 국내 사례 중에 유사한 참고 사례는 있다.

고 변호사는 "1992년 해태제과와 롯데제과가 과자 용량을 몰래 줄여서 가격 남용을 인정한 사례가 있었다"며 "1999년에 현대기아차가 버스, 트럭 시장에서 점유율 74%, 95%를 각각 보유하면서 가격을 20만원, 100만원씩 인상했다 공정위가 가격 남용을 인정한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협회는 공정위 고발과 별개로 향후 △자체 배달앱이나 개별 가맹본부의 배달앱 개발 추진 △배달플랫폼 입점업체 상생협의체를 통한 해결 노력도 추진할 계획이다.

배달수수료 논쟁 우아하고 침착하게 톺아보기 [이환주의 생생유통]
고정표 법무법인 원 변호사가 지난달 27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배달의민족 신고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제공

협회가 받아들일 타협안은?

앞서 프랜차이즈협회는 지난 19일 배민 고발 간담회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간담회를 앞두고 배민 측이 대화를 제시하며 한 차례 연기됐다. 하지만 이날 협회 관계자는 "배민 측이 24일 상생협의체에 전향전인 안을 전달하겠다고 약속하고 사실상 24일 아무것도 제출하지 않았다"며 이날 간담회의 배경을 설명했다.

협회가 생각하는 적정 배달 수수료의 경우 현재의 절반 정도인 5% 정도다.

협회 측은 "정률제 이용료의 경우 5% 이하가 적정한 수준이고, 실제 객단가 21000원 이상이라면 정률제 수준은 5% 보다 낮아야 적정하다"며 "다만 정액제와 정률제 이용료에서 인상 요인이 있다면 이를 적절히 반영하여 이용료가 인상되도 입점업체들은 충분히 수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근 업계에 따르면 배달의민족과 요기요는 상생협의체에 입점업체의 부담을 완화할 방안을 담은 상생안을 다시 제출했다.
이달 8일 제6차 상생협의체 회의 이후 수정안을 다시 제출한 것이다.

배달수수료 논쟁 우아하고 침착하게 톺아보기 [이환주의 생생유통]
정현식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장이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에서 배달앱 '배달의민족'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한다며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제공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