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3036억 순매도 전환
엔화 강세에 총리 교체 영향
중장기론 상승 여력 남아
일본 증시에 투자한 이른바 '일학개미'가 빠르게 일본 주식시장에서 탈출하고 있다. '엔저'가 막을 내리면서 일본 주식시장의 상승세가 크게 꺾인 데다가 최근에는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더해졌기 때문이다.
3일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투자자들은 일본 주식시장에서 5607만달러(약 742억원)어치를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월(5161만달러·683억원)과 8월(1억2158만달러·1610억원)에도 매도 우위를 보였던 일학개미는 3·4분기에만 일본 주식을 2억2926만달러(약 3036억원)어치 팔아치웠다.
올해들어 5월까지만해도 일학개미는 일본 증시에서 압도적인 순매수를 보였다. 같은 기간 일학개미의 순매수 규모는 5억4739만달러(약 725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6월부터 매도 전환에 나선 일학개미는 4개월 내내 비중을 줄이고 있다.
미국과 일본의 금리차 축소로 엔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주식시장의 상승세가 크게 꺾인 영향이 컸다. 올해 5월까지 일본 증시는 엔저에 따른 수출주의 호실적과 환차익을 기대한 투자 수요가 지수를 끌어올렸는데 이제는 재료가 사라진 것이다.
일본은행(BOJ)이 금융시장의 안정을 확인한 후 금리 인상을 꾸준히 이어갈 것이라고 밝힌 점도 투자자들이 향후 증시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로 꼽힌다.
일본의 새로운 총리 이시바 시게루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진 점도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실제로 이시바 총리의 취임 전날인 지난달 30일 니케이225지수는 하루 만에 4%대 급락으로 휘청거렸다. 이시바 총리는 고물가 해결을 위해 점진적 금리 인상에 찬성하는 매파적 인물로 평가된다.
증권가에서는 당분간 일본 주식시장의 공격적인 비중 확대는 유의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 최보원 연구원은 "10월 중순까지는 미국과 일본에서 정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국채 금리, 환율 등락이 커질 시기인 만큼 공격적인 비중 확대에는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 연구원은 "상반기처럼 전체 지수 및 대표 수출주 중심의 대응보다는 글로벌 수요 개선에 따른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장비 기업, 엔·달러 환율 하락에 따른 수혜가 예상되는 내수주, 정부와 중앙은행 정책 수혜가 기대되는 배당, 금융주 중심의 선별적인 대응이 유효하다"고 설조언했다.
일각에서는 중장기적으로 일본 증시의 상승 여력은 남아있다는 의견도 제기한다. 대신증권 문남중 연구원은 "향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단행이 거듭 될 수록 엔화 강세와 증시 하락의 조합은 지속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향후 엔화 강세, 증시 하락 압력이 금융시장 참여자들이 견딜 수 있을 수준으로 연착륙하고, 일정 임계치에 다다를 경우 통화 수준과 무관하게 일본 증시는 실적과 주주환원 정책을 동력으로 상승 여력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hippo@fnnews.com 김찬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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