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국민생명은 공익성 높아"
내년 복귀하는 학생만 휴학 승인
의료계 "국가가 강제 못해" 반발
'의대교육 5년 단축’은 여론 역풍
"美도 특수상황서 압축운영 사례
강제 아닌 대학 선택에 맡길 것"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뉴스1
정부가 내년에 복귀하는 의대생에 한해 휴학을 허용하기로 하자 현장에선 대학 자율성을 침해한 조치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휴학 승인 권한은 대학에 있어 정부가 함부로 개입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교육부는 이에 대해 "대학의 자율성을 인정하지만 국가 공익적 차원에서 일정 부분 관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심민철 교육부 인재정책기획관은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의료 관련 부분은 국민의 생명을 다뤄 공익성이 매우 높다. 이 부분이 무너지면 안 되기 때문에 제한적으로 관리하고 대학의 협력을 이끌어내려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전날 '의과대학 학사 정상화를 위한 비상 대책(안)'을 발표하며 내년 복귀를 전제로 의대생의 휴학을 승인하겠다고 밝혔다. 의대 증원에 반발해 휴학을 지속하는 의대생이 유급·제적당하지 않도록 한발 물러선 셈이다.
하지만 의료계에선 정부가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 등 5개 의사단체는 전날 입장문을 통해 "의대생 휴학은 자유의지에 의한 것이다. 국가가 복귀를 강제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정부는 대학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지만 국가 공익성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심 기획관은 "국가적 부분까지 도외시하면서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하긴 어렵다"며 "국가공익적 측면에서 지도감독권을 행사해 공익적 가치를 조금 더 보호하기 위해 이번 비상대책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조건부 휴학 승인에도 의대생이 돌아오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에 대해선 "어제 발표 이후 아직 24시간이 지나지 않았다"며 "학생들도 여러 가지를 고민할 것이다. 분위기를 감지하려면 일정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답했다. 이어 "내년 2월 말에는 모든 학생이 돌아오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전날 정부가 검토하겠다고 밝힌 의대 교육과정 6년에서 5년으로 단축 방안에 대해서도 여론은 좋지 않다. 6년으로도 빠듯한 의대 교육과정을 1년 단축하면 교육의 질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심 기획관은 "모든 대학에 획일적으로 5년 단축을 의무화하겠다는 게 아니라 대학이 선택적으로 할 경우 지원하겠다는 것"이라며 "현재도 대학이 설정한 학점을 이수한 학생에 대해서는 수업 연한을 1년 정도까지 단축할 수 있는 조기 졸업 제도가 있다"고 강조했다.
심 기획관은 해외에서도 비상시 의대 교육과정을 단축한 사례가 있다며 부연했다.
그는 "미국에서도 전시 상황, 파병 등 특수 상황이 있으면 군의관을 조속히 배출하기 위해 전체 커리큘럼을 압축적으로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며 "의대 교육과정이 6년간의 타이트한 교육과정으로 짜여 있지만, 일부 대학에서는 비상 상황에서 학점을 충분히 이수한다면 교육 기간을 단축해 압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한편, 교육부는 이날 의대를 운영하는 40개 대학에 '2025학년도 1학기 복귀 조건부 제한적 휴학 허용'과 관련한 공문을 보낸다. 이후 각 대학은 개별적으로 복귀 시한을 설정하고, 의대생 복귀를 위한 상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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