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노르웨이, GDP 3~5% 투입해도 효과 없어
"재정적 이유보다는 문화가 바뀐 것"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혼베드 병원 산부인과 병동에서 2021년 새해 첫 아기인 팔 후노르가 엄마의 품에 안겨 있다. EPA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출산율 저하에 대응하기 위해 유럽 국가들이 국내총생산의 3~5%를 투입하고 있지만, 출산율을 끌어올리는 데는 역부족이라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WSJ는 유럽의 인구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감소세에 접어들어 2050년께 지금보다 4000만명 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고 유엔 통계를 인용해 전했다. 올해 1월 기준 유럽연합(EU) 총인구가 4억4920만명으로 집계된 것을 고려하면 20여 년 동안 인구 10%가 감소한다는 것이다.
WSJ은 "유럽과 한국, 싱가포르처럼 인구학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다른 아시아 국가들은 부모에게 후한 혜택을 줌으로써 이런 흐름을 밀어내려 했다. 하지만 거의 모든 연령대와 소득, 교육 수준에서 출산율 저하가 지속됐다"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을 극적으로 보여준 국가는 헝가리와 노르웨이다.
1980년대부터 인구 감소를 우려해 2000년대부터 저출산에 대응에 나선 헝가리의 현재 인구는 1000만명도 채 되지 않는다. 이에 국내총생산(GDP)의 5%가 넘는 예산을 저출산 대책에 쏟아부었고, 덕분에 2021년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이 1.6명까지 회복됐지만, 이후 2년 연속 다시 하락세를 보이며 2023년에는 1.5명으로 떨어졌다.
노르웨이 역시 GDP의 3% 이상을 저출산 대책에 투입했지만 출산율을 끌어올리지는 못하고 있다. 신생아 부모에게 1년 가까운 유급휴가를 나눠 쓸 수 있게 하고, 남편에게도 15주 육아휴직을 반드시 쓰도록 규정하는 방안을 오랫동안 유지해왔지만 합계출산율은 1.4명에 그치고 있다.
인구통계학자들은 부모들이 아이를 갖는 걸 꺼리는 이유는 재정적 이유보다는 근복적으로 문화가 바뀐 것이라고 지적했다. 과거에는 성인이 되면 결혼해 가정을 꾸리고 자녀를 낳는 것이 당연시 됐지만, 지금은 개인의 삶을 더 중요시하는 문화로 여건이 충분해도 출산을 하지 않는 남녀가 많다는 의미다.
때문에 1960년부터 선진국을 중심으로 시작된 저출산 심화 현상을 중국이나 러시아도 최근 국가적 우선 과제로 삼고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실패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올해를 '가족의 해'로 선언하고 출산 장려에 나섰다. 미국에선 차기 대선을 앞두고 출산시 6000달러(약 815만원) 상당의 지원금 지급 등 공약이 나오고 있다.
longss@fnnews.com 성초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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