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 위해선 '6명 만장일치' 필요
국회 몫 후임 재판관 선출 난기류
"신속한 재판 받을 권리 침해 안돼"
헌법재판관 정족수가 부족할 경우 사건 심리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한 헌법재판소법 조항의 효력을 헌법재판소가 일시 정지하면서 '헌재 마비'라는 초유의 상황은 일단 면했다. 그러나 우려는 남아있다. 헌재 판단은 '의결정족수'가 아니라 '심리정족수'에 국한된 응급조치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재판관들의 의견이 갈리는 위헌, 탄핵, 헌법소원 등 결정은 사실상 차질이 불가피할 공산이 크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법재판소가 전날 인용한 가처분은 헌재법 제23조 1항의 효력을 멈춰달라는 것이 핵심이다. 이 조항은 '헌법재판관 9명 중 7명 이상의 출석으로 사건을 심리한다'고 규정한다. 자신에 대한 탄핵 심판 사건이 헌재에 접수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 10일 제기했다.
이종석 헌재소장과 이영진·김기영 재판관의 임기는 오는 17일 만료된다. 하지만 여야 이해가 갈리면서 후임은 정해지지 않았다. 공교롭게 바뀌는 재판관 3자리가 모두 국회 선출 몫이다. 이럴 경우 재판관 9명 중 3명의 자리가 궐위(공석)가 된다. 헌재법 제23조 1항을 정면으로 어긴다는 얘기다. 즉 사건 심리 자체를 할 수가 없게 된다.
다행히 전날 헌재가 이 위원장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정족수 규정 조항의 효력이 잠정 정지됐다. 따라서 일단 남은 6인의 재판관들만으로도 사건 심리는 가능해졌다.
현행법상 재판관 6명이라고 위헌, 탄핵, 헌법소원 등 결정이 아예 차단된 것은 아니라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헌재법 제23조 2항은 사건 결정에 대해 '심리에 관여한 재판관 과반수의 찬성이 필요하다'고 명시돼 있다는 점이 근거다. 사회적 파장이 큰 위헌 및 탄핵 또는 헌법소원 결정도 마찬가지다.
헌재 관계자는 "현행법상 심리에 참여한 재판관의 과반수를 명시하고 있기 때문에 6명 체제에서도 사건 결정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례가 없는 것으로 알지만 탄핵이나 위헌 결정도 '6명 이상'이 조건인 만큼, 남은 6명의 재판관이 만장일치 찬성하는 경우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이론적으로 '만장일치'를 전제한다는 점은 걸림돌이다. 재판관 6명의 의견이 갈리면 결국 공석이 채워질 때까지 결정이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 헌재 역시 이번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며 "재판관 6명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어 나머지 3명의 재판관의 의견에 따라 사건의 향배가 달라질 수 있는 경우에는 현재 공석인 재판관이 임명되기를 기다려 결정하면 된다"며 "보다 신속한 결정을 위해 후임 재판관이 임명되기 전 쟁점을 정리하는 등 사건을 성숙시킬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헌재에 걸려 있는 사건 중 일부는 정치권에서 넘어왔다는 점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이진숙 방통위원장 탄핵 소추 사건, 손준성 검사장 탄핵 소추 사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청문회 관련 권한 쟁의 등이 대표적이다.
반면 재판관은 국회 선출 3명을 제외하면 대통령이 3명을 임명하고 대법원장 3명이 지명한다. 재판관이 정치적인 고려는 하지 않는다고 해도, 외부의 시선은 다를 수 있다. 여야가 다투는 것도 나머지 재판관 자리 3명 가운데 자신들이 선출할 수 있는 몫 때문이다.
심리만 길어지고 결정을 하지 못할 경우 결국 피해는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지적도 상존한다. 신속하게 재판받을 권리가 침해당할 수 있다는 염려다. 헌법소원 사건 접수 건수는 2019년 이후 5년 동안 연평균 2000여건을 넘었다.
one1@fnnews.com 정원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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