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 작가가 스웨덴 공영 방송 SVT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SVT 인터뷰 영상
[파이낸셜뉴스] 노벨문학상의 영예를 안은 한강 작가가 스웨덴 공영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금은 주목 받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언론에 주목 받기를 꺼리는 그지만 17일 열리는 포니정 혁신상 시상식은 노벨문학상 수상 전 확정된 일정인 만큼 예외적으로 참석할 전망이다.
16일 현대산업개발에 따르면 포니정 혁신상의 시상식은 17일 오후 5시 서울 강남구 아이파크타워 포니정홀에서 열린다.
포니정재단은 고 정세영 전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의 애칭 '포니 정'에서 이름을 따 2005년 설립됐다. 장학사업을 중심으로 인문학 분야 지원 등의 활동을 하는 재단이다.
앞서 포니정재단은 지난달 19일 포니정 혁신상 수상자로 한 작가를 선정한 바 있다. 사실상 그의 노벨문학상 발표 후 첫 외부 일정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간 한 작가는 국내 기자회견과 인터뷰를 고사하는 등 '두문불출'하는 상황이어서 시상식에 실제로 참석할지는 미지수였다.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는데 대한 부담감으로 대리 수상자를 보낼 가능성도 있었다.
최근 그가 스웨덴 공영 SVT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평화롭고 조용하게 사는 것을 좋아한다"며 "글쓰기에 집중하고 싶다"고 말했다.
스웨덴 방송과의 인터뷰는 영어로 진행됐으며 노벨문학상 발표 직후인 지난 11~12일 사이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왜 축하하고 싶지 않냐'는 스웨덴 기자의 질문에 한 작가는 "아니다. 아들과 함께 카밀러(카모마일) 차를 마시며 축하했다. 축하하고 싶었는데 왜 그렇게 생각했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기자가 작가의 부친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딸이 세계의 상황(우크라이나 전쟁 등) 때문에 잔치를 열지 말라고 했냐고 언급했다.
그는 "뭔가 혼란이 있었던 것 같다"며 "아버지와 통화했을 때 마을에서 사람들과 큰 잔치를 연다고 했는데 나는 그게 좋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 큰 잔치는 하지 마시라고 했다"고 답했다.
이어 "나는 조용히 있고 싶다"며 "세계에 많은 고통이 있고, 우리는 좀 더 조용하게 있어야 한다. 그게 내 생각이어서 잔치를 열지 말라고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작가는 노벨문학상 발표 직후 스웨덴 한림원으로부터 전화를 받을 당시에 대해선 "인터뷰할 때 장난인 줄 알았는데, 결국에는 진짜였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끔찍한 역사적 사건에 직면해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우리는 역사를 통해, 말을 통해 배울 기회가 많이 있었는데, 분명히 (끔찍한 일들이) 반복되는 것 같다"면서 "적어도 언젠가는 과거로부터 배울 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가 살인을 멈춰야 한다는 것은 우리가 배웠던 것들의 아주 분명한 결론"이라고 강조했다.
그간 한 작가는 인터뷰에서 밝힌 것처럼 언론 노출을 꺼리는 이유로 포니정 시상식 참여 여부에 대해 고심했다.
하지만 노벨문학상 수상 전 확정된 일정이어서 참석하기로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현재 한 작가는 집필 중인 소설을 빨리 끝내고 노벨상 수락 연설문 작성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한림원으로부터) 에세이를 써야 한다고 들었다"며 "지금 쓰는 짧은 소설을 이달이나 내달 초까지 마무리하고 그 이후 쓸 것"이라고 말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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