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외무부, 北 참전 의혹에 "국방부가 확인할 문제"
우크라 젤렌스키, 北 인력 투입 주장 "2번째 국가가 참전"
美-나토 모두 우려 표명...北 참전 여부는 확인 못해
러시아 외무부는 부차 학살언급하며 우크라에 해명 요구
지난 6월 19일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오른쪽)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AP뉴시스
[파이낸셜뉴스] 2년 넘게 이어진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막대한 인명피해를 겪고 있는 러시아가 전선에 북한군을 투입했다는 우크라 주장에 대해 참견하지 말라는 반응을 보였다. 서방 전문가들은 북한군이 무인기(드론)와 각종 첨단 기술이 동원된 이번 전쟁에서 중요한 전투 경험을 얻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러시아 외무부가 16일(현지시간) 홈페이지에 공개한 발언록에 따르면 이날 마리야 자하로바 외무부 대변인은 언론 브리핑에서 우크라의 북한군 참전 주장에 대해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자하로바는 "특별군사작전 참가자 구성은 국방부가 확인해줄 일" 이라며 정확한 답변을 피했다.
우크라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같은날 의회 발언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범죄자 연합에 이미 북한도 포함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이 사실상 러시아 편에서 전쟁에 참여하고 있다며 정보기관을 통해 인력 투입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는 "전쟁에서 숨진 러시아인을 대체하기 위한 러시아 공장과 군 인력"에 북한 국적자들이 투입되고 있다며 "실제로 이는 우크라를 상대로 한 전쟁에 두 번째 국가가 참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북한과 함께 중국과 이란도 "범죄자 연합"이라고 부르며 비난했다.
젤렌스키는 이달 13~14일 연설에서 연이어 북한 참전설을 제기했으며 우크라 언론들 역시 15일 비슷한 의혹을 보도했다. 지난 6월 북한과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을 체결한 러시아는 이미 지난해부터 북한에게서 미사일과 탄약 등 각종 무기를 받아 우크라 전선에 투입한다고 알려져 있다.
15일 우크라 영자지 키이우인디펜던트는 서방 외교 관계자를 인용해 북한이 이미 러시아 전쟁을 위해 1만명의 군인을 파병했다고 주장했다. 다른 우크라 매체 키이우포스트는 러시아가 북한군 약 3000명으로 대대급 부대를 편성할 계획이며 러시아군 제 11 공수돌격여단 산하 '부랴티야 특수대대'로 편제된다고 주장했다. 부랴티야는 러시아 연방 산하 공화국 중 하나로 한국인과 외모가 비슷한 몽골계 주민이 많다.
우크라 침공을 ‘전쟁’이 아니라 ‘특별군사작전’이라고 주장하는 러시아 정부의 자하로바는 젤렌스키의 주장에 대해 "특별군사작전에 누가 어떻게 관여하는지는 그와 전혀 관련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자하로바는 북한 관련 답변 대신 부차 학살을 지적하며 우크라 정부가 “언급해야 할 것을 언급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우크라는 러시아군 234연대가 2022년 우크라 수도 키이우 인근의 부차 마을에서 대규모 민간인 학살을 자행했다고 주장했다. 자하로바는 "우리도, 유엔 사무총장도, 언론인들도 우크라 정권으로부터 러시아 침략으로 희생당한 사람들의 명단을 받은 적이 없다"며 "아무도 그들이 누구인지, 이름과 생일이 무엇인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마르크 뤼터 사무총장은 16일 기자회견에서 북한군 개입 여부에 대해 "지금 단계에서 이런 보도를 확인할 수 없지만, 분명히 우려스러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토가 북한의 러시아 병력 지원에 대해 알고 있다며 이를 비난한다고 밝혔다. 전날 미국 정부 역시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한편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6일 보도에서 북한이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을 지원하면서 무기 성능을 시험하는 동시에 전투 경험을 쌓는다고 평가했다.
매체는 북한이 6·25전쟁 이후 주요 전쟁을 치르지 않았다며 이번 우크라 전쟁을 통해 드론 등이 투입되는 현대 전쟁을 경험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 2022년 4월 4일 우크라이나 키이우 인근 부차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 대통령(가운데)이 전투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AP뉴시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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