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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갈등에 힘빠지는 '반도체특별법'

與 추진 '반도체 현금 지원금'
정부, 5개월되도록 논의 없어
한-윤 신경전에 입법 안갯속

최근 대내외적으로 불고 있는 반도체 한파속에서 당정간 갈등 국면으로 인해 반도체특별법이 표류하고 있다. 이에 한국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라는 걸출한 세계적인 반도체 회사를 소유하고 있는 만큼 정부·여당이 신속하게 나서 반도체 시장 지원을 위한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17일 여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이 반도체 관련 기업에 대한 현금 보조금 지급 입법을 추진하고 있지만, 정부가 직접 지원에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면서 관련 법안 논의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관련 법안 입법화 지연의 배경으로 김건희여사 의혹 등을 둘러싼 대통령실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간 갈등이 지목된다.

당초 반도체 보조금은 윤 대통령이 올해 5월 발표한 반도체 종합지원책 마련 과정에서 검토됐지만 재정난 우려 등을 이유로 반려됐다. 정부로선 천문학적인 액수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미국·일본과 겨룰 만한 규모의 보조금 마련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반도체 업계에선 보조금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가라앉지 않았고, 삼성전자 대표를 역임했던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이 22대 국회 입성이후 6월에 입법을 추진했다. 해당 법안의 골자는 다양한 반도체 산업 진흥책을 담은 특별법안인데, 핵심은 직접 보조금을 지급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이다.

지난 8월 초에는, 한 대표가 직접 나서 정부와 협의를 거쳐 당론으로 추진하겠다는 방침까지 밝혔다.

하지만 두 달이 넘은 현재까지 반도체 특별법안 논의에 별다른 진척이 없는 상태이다. 대통령실과 기획재정부가 재정 건전성 훼손 등을 이유로 부정적인 데다 직전 경제부총리를 지낸 추경호 원내대표가 당론 채택을 위한 의원총회를 열지 않고 있어서다.

국민의힘 핵심관계자는 "기재부는 대규모 재정이 들어가고 기업에 현금 보조금을 지급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대통령실은 자세한 내용을 살피지 않고 덮어놓고 부정적"이라며 "윤 대통령과 갈등을 빚는 한 대표가 약하다고 여겨지니까 정부도, 추 원내대표도, 한 대표가 힘을 실은 사안들은 뒤로 미루고 있다"고 토로했다.

다만 대통령실은 재정 부담 완화를 들어 보조금 대상을 중소기업으로 제한하는 등 대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특별법 처리가 우선순위 정책은 아니라는 입장인 것으로도 전해졌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여야 모두 반도체 보조금을 주장하는 걸 알지만, 대통령실과 정부에서 논의한 적은 없다"고 잘라말했다.


관계 정부부처는 대통령실과 여당간 갈등 국면에 난감한 입장이다. 산업통상자원부의 경우 반도체 보조금의 필요성을 공감하는 터라 더욱 곤혹스러워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간 다양한 현안을 둘러싼 갈등이 진정국면에 접어들어야 반도체 특별법안 논의가 본격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