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계약자·피보험자 부담 손해방지의무 넓어져"
지난 18일 오후 9시 16분 대구 북구의 한 신축아파트 옥상에서 누수로 인해 아래층까지 물이 쏟아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대구 북구 민원시스템
[파이낸셜뉴스] 최근 누수 사고에서 손해방지비용의 범위와 관련해 보험회사와 소비자 사이의 분쟁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손해방지비용을 광범위하게 인정하는 것이 반드시 보험계약자·피보험자에게 유리한 것은 아니므로 손해방지비용의 범위를 제한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19일 백영화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보험법 리뷰 '누수 사고에서 손해방지비용의 범위'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백 선임연구위원에 따르면 주택이나 건물에서 누수가 발생하여 아래층에 피해가 생겼을 때, 피보험자 주택·건물에서 누수의 원인을 제거하기 위해 배관 교체 공사나 방수 공사 등을 시행한 경우에 해당 공사비 중 어디까지 손해방지비용에 해당하는 것인지에 관해 보험회사와 소비자 간 분쟁이 많았다.
상법에서는 △보험사고로 인한 손해의 발생을 방지하거나 △보험사고로 인한 손해의 확대를 방지하거나 △보험사고로 인한 손해를 경감시키기 위한 노력인 '손해방지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필요·유익했던 비용인 손해방지비용에 대해 보험회사가 이를 부담하도록 정하고 있다.
기존 분쟁사례들을 살펴보면, 누수의 원인 제거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작업에 대한 비용(배관 교체 공사비, 방수층 공사비 등)이 손해방지비용으로 인정된 경우들이 있었다. 반면 누수의 원인 제거와 직접 관련 없는 작업, 누수의 부위·정도·피해 규모 등에 비해 내용이나 규모가 과도한 공사비용 등은 손해방지비용으로 인정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누수의 근본적 원인을 제거하기 위한 공사비용(누수의 원인이 배관의 노후인 경우 배관 교체 공사비용, 방수층 손상인 경우 방수층 공사비용)은 해당 공사가 누수 정도나 피해 규모 등에 비해 과도하지 않은 이상 손해방지비용으로 인정된 사례가 상당수 존재했다. 금융감독원 분쟁조정결정이나 일부 판례에서는 ‘누수를 일시적으로 방지하는 비용뿐만 아니라 원인을 찾아서 이를 제거하는 비용도 손해방지비용에 해당한다’고 봤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상법상 손해방지의무 및 손해방지비용 조항의 취지, 배상책임보험의 본질 등을 고려하면 손해방지비용의 범위를 지나치게 넓게 운영하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백 선임연구위원은 "상법상 손해방지비용은 기본적으로 손해방지의무가 먼저 전제되어야 하는 개념으로, 손해방지비용의 범위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손해방지의무의 범위와 연결시켜서 제한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손해방지비용을 넓게 인정하는 경우에는 그만큼 보험계약자·피보험자가 부담하는 손해방지의무의 범위가 넓어지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실제로 보험계약자·피보험자가 고의·중과실로 손해방지의무를 위반한 경우, 손해방지의무 위반이 없었다면 방지·경감할 수 있었던 금액에 대해서는 보험금에서 공제가 가능하다.
누수 사고에서 피보험자의 주택·건물 공사비용을 배상책임보험에서의 손해방지비용으로 광범위하게 인정하는 경우, 배상책임보험이 실질적으로 피보험자의 주택⸱건물을 담보하는 재물보험으로 변질되는 기형적인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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