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 2차 가처분 신청 냈지만 기각
"공개매수 목적에 경영권방어 포함되도 위법 단정 못 해"
23일까지 고려아연 공개매수 차질없이 진행될 예정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이 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에서 열린 영풍과 MBK와의 경영권 분쟁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영풍·MBK파트너스 연합과 고려아연 간 경영권 분쟁 과정 불거진 법정 공방에서 법원이 재차 고려아연 측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김상훈 수석부장판사)는 21일 영풍이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을 상대로 낸 공개매수 절차 중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앞서 영풍과 MBK파트너스 연합이 공개매수 기간(9월 13일~10월 4일)에 고려아연이 자사주를 취득할 수 없도록 해달라고 가처분 신청(1차)을 냈지만 지난 2일에 기각된 바 있다. 1차 가처분 신청 기각 직후 고려아연은 이사회를 열어 지난 4일부터 오는 23일까지 자사주를 공개매수한다고 밝히며 반격에 나섰다.
이에 영풍은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가 업무상 배임, 상법상 이사의 충실의무 및 선관주의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자사주 공개매수를 금지해달라며 2차 가처분을 신청했다. 반면, 최 회장 측은 자사주 매수가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대응하기 위한 경영권 방어 수단이라고 맞섰다.
재판부는 "자본시장법은 '주권상장법인이 상법 제341조 제1항이 규정하는 방법으로 자기주식을 취득하는 경우에는 이사회 결의로써 자기 주식을 취득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공개매수가 주주총회 결의를 거치지 않았다고 해도 자본시장법을 위반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자사주 매입이 배임이라는 영풍 연합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매수한 자기 주식을 전부 소각하기로 한 이상 이를 업무상 배임행위라 단정할 수 없다"며 "상법 및 자본시장법에 경영권 분쟁이 발생했거나 선행 공개매수가 있었던 경우 자기주식 취득을 금지하는 규정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공개매수 목적에 경영권 방어가 포함돼 있어도 위법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했다.
법원이 재차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에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내놓으면서 23일까지 예정된 자사주 공개매수는 차질 없이 진행될 전망이다.
고려아연은 이날 법원의 기각 결정 직후 입장문을 내고 "자사주 공개매수를 완료한 뒤 의결권을 최대한 확보해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막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4일까지 공개매수를 진행했던 영풍 연합 측은 회사 지분율을 38.47%까지 확보한 상태다. 최 회장 측은 우호지분인 베인캐피털이 공개매수에 성공할 경우 지분율을 36%대까지 올릴 수 있다.
영풍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고려아연은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공동으로 세운 회사다.
현재 고려아연은 최씨 일가가, 영풍그룹과 전자 계열사는 장씨 일가가 경영을 담당하고 있다.
지난 2022년 최 회장 취임 이후 최씨 일가와 영풍그룹 장씨 일가 간 고려아연 지분 매입 경쟁이 벌어지면서 두 회사는 경영권 갈등을 빚었다. 이후 양측은 서로를 형사고소 하는 등 법정 갈등으로 격화됐다.
one1@fnnews.com 정원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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