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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갈등 일단 봉합… 인적쇄신·金여사 등 '불씨'는 여전

할말한 한동훈, 경청한 尹대통령
야외 정원 '파인그라스'서 만나
한 "부담되는 이슈 선제 해소해야"
여야의정 협의체 조속 출범도 제의
尹대통령, 민감 현안 즉답 안해

당정갈등 일단 봉합… 인적쇄신·金여사 등 '불씨'는 여전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앞줄 오른쪽 첫번째)가 21일 면담을 갖고 "헌정유린을 막아내고 정부의 성공을 위해 당정이 하나가 되기로 의견을 같이했다"고 대통령실 관계자가 전했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이날 대통령실 앞 야외 정원인 파인그라스에서 약 80분간 면담했으며,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배석했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면담에 앞서 산책을 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1일 면담을 마치면서 일단 주요 쟁점을 놓고 당정간 갈등 확산을 막는데 주력했지만, 여전히 뇌관은 살아 있어 갈등이 언제든지 재점화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

약 1시간 20분간 주제에 대한 제한없이 허심탄회하게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지만,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모두 민감한 현안에 대해선 언급을 삼갔다. 각종 특검법 등 거대 야당이 입법권력을 앞세워 9월 정기국회의 주도권을 유지하는 와중에 당정 갈등이 더 확산되면 거야에게 정치적 명분만 더 제공할 수 있는 위기감을 공유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당정간 하나가 되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밝혔고, 국민의힘도 주요 현안에 입을 다물면서 한번에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 점진적인 해법을 모색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 대표가 강조했던 김건희 여사 리스크 해소와 인적쇄신 요구 등 주요 현안은 갈등의 뇌관이 될 것으로 보여, 상황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란 지적이다.

■할 말 한 한 대표, 尹대통령은 경청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 파인그라스에서 면담을 가졌다. 전반적인 면담 분위기는 한 대표는 주요 현안에 대해 할 말을 했고, 윤 대통령은 경청을 했다는 것으로 좁혀진다.

당정 갈등의 분수령이 될 듯 했던 이번 면담에서 담판을 짓기 보다 한 대표의 입장을 대우해주는 동시에 윤 대통령도 즉답을 대외적으로 알리지 않으면서 양측 모두 일정 수준의 선을 지켰다는 평가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기본적으로 당정이 하나가 돼야 한다는 것이 인식을 같이 한 것이 주목해야 한다"면서 "한 대표도 윤 대통령에게 등을 돌리면 안 된다고 인식하고 있고 윤 대통령도 여당과 함께 해야한다는 것을 잘 알고 계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서로가 다른 인식에 대한 접점을 모색해야하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면서 "서로간의 인식차를 부각시키기 보다 인식차를 좁혀가는 과정에 들어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대표가 악화된 민심과 여론 상황을 전하면서 과감한 인적쇄신 필요성과 김 여사 이슈 해소 관련 대통령실 인적쇄신·김 여사 대외활동 중단·의혹 사항 설명 및 해소, 특별감찰관 임명 진행 등을 요청한 것에 당장 수용보다 일부 접점을 찾아가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속 단일대오 유지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이날 오후 예정된 시간 보다 늦게 대통령실 파인그라스에서 만나 정국 이슈를 비롯해 주요 민생 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윤 대통령은 차에서 내려 한동훈 대표와 악수한 뒤 10여 분 동안 파인그라스 잔디밭에서 어린이정원 근처까지 산책을 함께 했다. 산책을 마친 뒤 파인그라스 내부로 이동해 자리에 앉으면서 윤 대통령은 "우리 한동훈 대표…"라고 말하면서 친근감을 보이기도 했다.


이날 면담에는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 착석한 가운데, 이날 차담 메뉴로 윤 대통령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동훈 대표는 제로 콜라를 마셨다.

특히 윤 대통령은 한동훈 대표가 좋아하는 제로 콜라 준비하라고 직접 지시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파인그라스에 가기 전 잔디마당을 산책하고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눴다"면서 "파인그라스에 들어가고 나올때 두분의 표정이 좋았고, 윤 대통령이 한 대표의 등을 토닥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