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광장비 독점 '슈퍼 을' ASML은 내년 실적 전망치 하향 조정
반도체 장비 업체 위기, 주요 파운드리 업체 부진과 연관
업계 "AI 중심으로 업체들간 명암 갈려, 일부는 혹독 시기 겪을 것"
AI 반도체 일러스트. 연합뉴스
ASM 로고. ASM 홈페이지 캡처
[파이낸셜뉴스]ASM코리아가 최근 인력 조정, 부서 재배치 등 일부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ASM은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반도체 장비 기업으로 원자층증착장비(ALD)를 비롯해 플라즈마원자층증착(PEALD), 에피텍시 장비 등 반도체 전공정 장비를 주력으로 생산한다. ASM의 장비가 없으면 첨단 반도체 제조가 불가능해 '슈퍼을'로 통한다.
삼성전자, 인텔과 같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기업들이 실적 부진 등으로 투자를 줄이면서 반도체 장비 협력사 역시 타격을 입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현 상황을 두고 업계에서는 반도체 전체 위기로 보기 보단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업체들 간 명암이 엇갈리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ASM코리아 인력 조정, 글로벌사도 타격
27일 업계에 따르면 ASM코리아는 업무 효율화를 위해 부서 내 중복 인원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부 인력 조정을 진행했다. 이와 관련해 ASM코리아 측은 해당 조치가 통상적인 구조조정과 다르고, 필요한 부문에서 인력을 충원 중이며 국내 투자도 이어갈 것이란 입장이다.
다만 본사 ASM이 반도체 업황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며, 한국 지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ASM은 지난해 일회성 구조조정을 진행했으며 최근 미 증권가는 ASM의 수익 전망을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증권은 ASM의 내년과 2026년 수익 전망치를 7~8% 가량 하향 조정하며, 주 고객인 인텔의 자본 지출 감소 등을 근거로 들었다.
이미 주요 글로벌 반도체 장비 기업 위기는 현실로 드러난 상태다. 네덜란드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기업 ASML의 올해 3·4분기 예약 매출은 26억유로(약 3조9028억원)로 시장 전망치 절반에도 미쳤다. 이 같은 실적 악화는 삼성전자와 인텔 등 주요 파운드리 업체의 부진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ASML은 내년 실적 전망치도 하향 조정하면서 '반도체 공장 건설 지연'으로 장비 출시가 연기되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꼽았다. 실제 최근 대규모 구조조정에 돌입한 인텔은 계획했던 파운드리 공장 건설을 연기했다. 삼성전자 역시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 파운드리 공장 완공 시점을 올 하반기에서 2026년으로 수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반도체 장비 기업 회사들도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 반도체 장비 기업 임원은 "삼성전자 파운드리 투자 축소로 인해 국내 반도체 시장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구체적으로 삼성전자 북미 파운드리 공장 가동 연기와 경기 평택 파운드리 라인 설치 재검토 등으로 인해 장비 수요 불확실성이 커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TSMC·SK하닉과 쭉쭉 뻗는 장비사
AI 수혜 입은 주요 기업 올 3·4분기 실적 현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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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
TSMC |
- 3·4분기 매출 7597억 대만달러(약 32조9329억원), 전년 동기 대비 39.0% 증가. 순이익은 3253억 대만달러(약 14조1017억원), 전년 동기 대비 54.2% 증가. - 오는 4·4분기 매출 가이던스는 261억~269억 달러(약 36조~37조원), 시장 예상치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 |
SK하이닉스 |
- 3·4분기 매출 17조5731억원, 영업이익 7조300억원(영업이익률 40%), 순이익 5조7534억원(순이익률 33%)- 영업이익, 순이익 반도체 슈퍼 호황기였던 2018년 3·4분기(영업이익 6조4724억원, 순이익 4조6922억원)의 기록 뛰어넘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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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 및 업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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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실적 양극화는 뚜렷해지고 있다.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1위인 대만 TSMC 경우 올 3·4분기 순이익 3253억 대만달러(약 14조원)로 전년 동기 대비 54.2% 증가한 실적을 거뒀다. SK하이닉스는 3·4분기에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한 반도체 장비기업 임원은 "AI 가속기 설계 및 개발을 주도하는 미국 엔비디아, 여기에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공급하는 SK하이닉스, 엔비디아 제품을 위탁생산하는 TSMC의 AI 반도체 생태계에 속한 기업들은 호황을 이어갈 것"이라며 "반대로 해당 생태계에 포함되지 못한 업체들은 혹독한 시기를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국내 반도체 장비 기업들도 AI 흐름을 탄 기업들로부터 수주를 받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SK하이닉스, TSMC 등과 거래하는 반도체 장비사들은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한미반도체의 경우 지난 17일 올해 3·4분기 매출액 2085억원, 영업이익 993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각각 분기 기준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이다. 영업이익률은 48%에 달했다. 한미반도체는 HBM 생산에 필수로 쓰이는 TC본더 분야에서 전 세계 시장 1위 자리를 이어가고 있다. 회사는 SK하이닉스와 함께 TSMC 후공정을 담당하는 대만 패키징 업체들과 활발히 거래 중이다. 주성엔지니어링도 호실적이 예상된다. 주성엔지니어링은 SK하이닉스에 ALD 등을 납품한다.
하나증권은 주성엔지니어링이 올해 전년보다 45% 늘어난 4127억원 매출액을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69% 증가한 1067억원으로 전망했다.
또 다른 반도체 장비사 대표는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며 "AI 활황 수혜를 받지 못하는 기업들이 있고, 이로 인해 이들과 거래하는 장비 기업들 실적은 내년까지 암울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soup@fnnews.com 임수빈 김준석 강경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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