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도 소방수는 아니었나
선거 결과, 한일관계에도 '나비효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15일 후쿠시마현 이와키시에서 가두 연설하고 있다. 뉴시스
【도쿄=김경민 특파원】 이달 27일 이시바 내각 출범 이후 일본의 첫 중의원(하원) 총선거가 실시되는 가운데 선거일이 가까워 갈수록 여당의 과반 의석 확보가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1일 취임한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지지 기반을 공고히하기 위해 내각 출범 후 8일 만에 의회를 해산, 중의원 총선을 치르는 승부수를 던졌지만 선거에 패배하면 책임론이 불가피할 것이란 지적이다.
이시바도 소방수는 아니었나
24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 9일 중의원 해산 당시 집권 자민당 내 분위기는 단독 과반은 아니더라도 연립여당인 공명당 의석을 합한 전체 여당의 의석수는 무난히 과반을 확보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그러나 최근 아사히신문, 산케이신문 등 진보, 우익 성향을 막론한 주요 언론의 여론조사에서 잇따라 여당(자민·공명)의 과반이 어려울 것이란 쪽에 무게가 실린다.
자민당은 옛 민주당 내각에서 정권을 탈환한 2012년 이후 그동안 4차례(2014년, 2017년, 2021년) 총선에서 매번 단독으로 과반 의석을 차지하며 공명당과 함께 안정적인 정치 기반을 이어왔다.
이시바 내각에서는 이런 흐름이 엎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자민당 총재인 이시바 총리는 지난 22일 유세 연설에서 "여당에 의한 과반수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번 선거를 시작하면서 제시한 목표는 여당의 과반 의석(233석 이상)을 차지하는 것이었지만 현실이 녹록지 않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자민당에 부는 역풍의 진원지는 '정치비자금 스캔들'에 대한 국민심판 여론이다.
지난해 12월 불거진 비자금 스캔들은 옛 아베파 등 주요 파벌이 정치자금 모금 파티를 주최하면서 파티권을 팔아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이다. 파장이 커지자 올해 4월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는 관련인 39명에게 징계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성난 여론은 사그라들지 않았고 내각 지지율은 계속 추락했다. 결국 기시다 전 총리는 연임 도전을 포기했고 이시바 내각이 바통을 이어 받았다. 이시바 총리는 당내 반발에도 옛 아베파를 중심으로 연루 의원 12명을 공천하지 않았으나 민심을 달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오른쪽 아래)가 9일 도쿄에서 열린 중의원 임시국회 본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선거 결과, 한일관계에도 '나비효과'
일본은 조기 중의원 해산에 따른 총선거가 치러지면 특별 국회를 열어 다시 총리 지명을 선출한다. 자민·공명당이 과반을 차지하지 못하면 총리 지명조차 제대로 진행되지 못할 수 있다. 의석수 차이가 근소하다면 무소속 의원 등을 영입해 현 여당이 정권을 연장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사정이 복잡해진다.
야당과 의석수가 많이 차이나면 총리 지명뿐 아니라 안정적인 국정을 위해 야당 일부를 새로운 연립 정당의 파트너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미 현지에선 보수 성향의 야당인 일본유신회나 국민민주당을 새로운 연정 파트너 후보로 거론하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일본 중의원에서 여당이 예산이나 법안을 원활히 통과하는 데 필요한 '안정 다수' 의석수는 244석이고, '절대 안정 다수' 의석은 261석이다. '절대 안정 다수' 의석은 여당이 전체 17개 상임위원회에서 위원장을 독점하고 위원회별로 위원 수 절반을 확보할 수 있는 기준이다.
직전의 중의원 의석은 자민당(247석)과 공명당(32석) 등 여당이 279석을 차지한 바 있다. 야당은 입헌민주당(98석), 일본유신회(44석), 공산당(10석), 국민민주당(7석), 레이와신센구미(3석), 사민당(1석), 참정당(1석) 순이며 무소속은 22석이었다.
선거에 참패하고 야당과 연정하게 되면 이시바 총리의 입지는 흔들 수밖에 없다.
이 시나리오라면 내년 여름 참의원(상원) 선거나 도쿄도 의회 선거 전에 총리 교체론이 불거질 수 있다.
특히 지난 9월 총재 선거 때 결선 투표에 올라 최종 승부를 경쟁한 극우 성향의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 담당상과 그를 지지한 아소 다로 자민당 최고 고문이 다시 당내 주도권을 잡을 수도 있다. 이는 기시다 내각부터 개선시켜 온 한일관계에도 큰 변수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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