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안 그랬었는데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깜박 잊어버리는 일들이 자주 생기게 된다. 전화기나 TV리모컨을 냉장고에 넣어두고 문을 닫는 경우도 생기고, 자동차 키를 놓고 나와 다시 들어갔다 나오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며, 심지어 핸드폰을 손에 들고 통화하면서도 그 핸드폰을 찾아 헤매는 경우까지도 있다.
이럴 때는 '혹시나 내가 치매는 아닐까?' 하는 걱정에 덜컥 마음이 내려앉는다. 사실 치매는 한번 걸리면 회복이 불가능한 질환으로 알려져 있는데다, 정작 환자 본인보다도 주위 가족들이 너무나 힘들어하는 질환이기에, 요새 그 무섭다는 '암'보다 더 피하고 싶은 질환 1위로 떠오르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단순 건망증과 경도인지장애, 그리고 무시무시한 치매는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냉장고에 양파를 가지러 간다고 생각해보자. 양파를 가지러 갔다가 깜박 잊어 먹었지만 뒤늦게라도 생각이 나면 아직은 '건망증'이다. 그런데 양파를 가지러 갔던 것은 까맣게 잊어버리고 당근을 가져와 요리했다면 이미 '경도인지장애'다. 여기서 더 나아가 냉장고가 뭐하는 물건인지, 양파가 뭔지 아예 생각이 나지 않으면 슬프게도 '치매'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이 중 경도인지장애는 쉽게 말해 '치매 전 단계'라고 볼 수 있는데, 친교 활동이나 사회 문화 활동 등의 노력에 따라 정상 상태로 돌아오거나(22%) 치매로 진행되는 걸 막을 수 있다는(66%) 연구 결과가 나왔다. 따라서 경도인지장애를 앓고 있다면, 적극적인 관리와 치료가 필요하다.
이런 경우 한의원에서는 침 치료와 더불어, 심기나 심혈을 보강시키는 처방 또는 머리를 맑게 하는 한약 처방을 투약한다. 필요한 경우 굳어진 어깨나 목에서 머리로 가는 기혈순환을 개선시키기 위해 추나 치료를 병행하기도 하며, 각종 연구 결과 뇌세포 합성을 촉진시키는 것으로 입증된 '총명탕'이나 '공진단' 등의 한약을 응용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경도인지장애가 의심되면, 서둘러 가까운 한의원을 찾아가 보는 것을 권고한다.
왜냐하면 치매에 있어, 경도인지장애는 '골든타임'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인데, 본격적인 치매가 되기 전에 미리 치료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만 60세 이상 어르신이면 누구나 보건소 '치매안심센터'에서 무료로 치매선별검사를 받아 볼 수 있다. 그러므로 보건소 선별검사 이후에 한의원을 찾아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장동민 하늘땅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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