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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총선' 이시바의 자충수… 한계 드러난 '일당 독주'[글로벌 리포트]

자민당 집권 이후 5번째 선거
국정운영 동력 갈수록 떨어져
정치비자금 스캔들·고물가에
무너진 국민신뢰 회복 못해
예산·법안 원활한 통과엔
'안정 다수' 의석수 244석
'절대 안정'은 261석 필요
새로운 연정 물색 불가피

'조기 총선' 이시바의 자충수… 한계 드러난 '일당 독주'[글로벌 리포트]
일본 이시바 시게루 내각의 초기 국정운영을 판가름할 중의원(하원) 총선거가 27일 시작됐다. 이날 도쿄 나카노 지역의 총선 기간 동안 구청에 설치된 투표소에서 사람들이 투표하고 있다.
'조기 총선' 이시바의 자충수… 한계 드러난 '일당 독주'[글로벌 리포트]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선거 전날인 26일 도쿄에서 선거 운동을 하며 연설하고 있다. AFP로이터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도쿄=김경민 특파원】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이끈 자민당이 27일 중의원 총선거에서 사실상 압도적인 승리가 어렵게 되면서 자민당이 정치적 시험대에 섰다.

특히 이번 선거는 이시바 내각 출범 이후 일련의 변화 시도가 무당층과 젊은층의 표심을 얻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는 점에서 이시바 총리에 대한 신임을 묻는 성격도 가졌다.

그동안 4차례의 총선에서 단독 과반 의석을 차지했던 집권 자민당의 일당 체제 기반도 이번 총선을 계기로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조기 총선' 이시바의 자충수… 한계 드러난 '일당 독주'[글로벌 리포트]

■"미워도 자민당" 독주, 옛말되나

지난 1일 취임한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지지 기반을 공고히하기 위해 내각 출범 후 8일 만에 의회를 해산, 중의원 총선을 치르는 승부수를 던졌지만 선거에 패배(과반 의석 확보 실패)하면 책임론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현지 언론들은 보도했다.

자민당 총재인 이시바 총리는 이번 선거에서 자민당과 연립여당인 공명당이 함께 과반 의석(233석 이상)을 달성하겠다고 야심찬 목표로 제시했다. 그러나 자민당의 정치비자금 스캔들과 고물가 지속 등으로 국민 불만이 커서 과반 확보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보수 성향 최대 일간지인 요미우리신문은 "자민당 비자금 문제에 따른 비판이 더욱 심각해지면서 이달 중순 조사와 비교해 자민당이 우세인 지역구가 감소하고 여야 접전 지역구가 늘었다"고 전했다.

자민당은 옛 민주당 내각에서 정권을 탈환한 2012년 이후 그동안 4차례(2014년, 2017년, 2021년) 총선에서 매번 단독으로 과반 의석을 차지하며 공명당과 안정적인 정치 기반을 이어왔다. 이번 기조가 이시바 내각 출범과 함께 5번째 선거 만에 단독 과반이 깨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급기야 이시바 총리는 지난 22일 유세 연설에서 "여당에 의한 과반수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현실이 녹록지 않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지난해 12월 불거진 자민당의 정치비자금 스캔들은 옛 아베파 등 주요 파벌이 정치자금 모금 파티를 주최하면서 파티권을 팔아 뒷 돈을 조성했다는 의혹이다. 파장이 커지자 올해 4월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는 관련인 39명에게 징계 처분을 내렸다. 그럼에도 성난 여론은 사그라들지 않았고 기시다 내각 지지율은 끝을 모르고 추락했다. 이는 이시바 내각이 탄생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최근 아사히신문 여론조사에서 이시바 내각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33%로 '지지하지 않는다'(39%)보다 6%p 낮았다. 이는 기시다 내각의 2021년 중의원 선거 당시의 지지율(42%)을 밑도는 수준이다.

■악수 된 승부수, 야당에 손 벌릴 판

이시바 내각이 출범하자마자 8일 만에 국회를 해산한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단기간 중의원 해산 및 조기 총선이다. 총선을 서두른 이유는 새 내각 출범으로 국민 기대가 큰 상황에서 선거를 치르는 것이 지지율이 낮은 여당에 그나마 유리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선거전이 중반 이후로 진행될수록 여당 과반 의석이 붕괴할 수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이시바 내각은 위기에 몰렸다. 이시바 총리는 비자금 문제에 연루된 의원 12명을 공천에서 배제했지만 국민 다수는 이런 조치가 충분하지 않다고 받아들였다. 또 소비자물가 상승률 2%를 넘는 고물가가 계속되고 실질임금이 오르지 않으면서 여론은 계속 악화됐다.

일본은 조기 중의원 해산에 따른 총선거가 치러지면 특별 국회를 열어 다시 총리 지명을 선출한다. 자민·공명당이 과반을 차지하지 못하면 총리 지명조차 제대로 진행되지 못할 수 있다. 의석수 차이가 근소하다면 무소속 의원 등을 영입해 현 여당이 정권을 연장할 수 있다.

그나마 무소속 의원 영입은 차선이다. 최악은 야당과의 연정이다. 야당과 의석수가 많이 차이나면 총리 지명뿐 아니라 안정적인 국정을 위해 야당 일부를 새로운 연립 정당의 파트너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미 현지에선 보수 성향의 야당인 일본유신회나 국민민주당을 새로운 연정 파트너 후보로 거론하고 있다.

제1야당인 노다 요시히코 입헌민주당 대표는 "여당이 과반에 못 미칠 경우 다른 야당과 협력해 정권을 교체하겠다"고 밝혔다.

■참패하면 내각 출범부터 레임덕

일본 중의원에서 여당이 예산이나 법안을 원활히 통과하는 데 필요한 '안정 다수' 의석수는 244석이고, '절대 안정 다수' 의석은 261석이다. '절대 안정 다수' 의석은 여당이 전체 17개 상임위원회에서 위원장을 독점하고 위원회별로 위원 수 절반을 확보할 수 있는 기준이다. 직전의 중의원 의석은 자민당(247석)과 공명당(32석) 등 여당이 279석을 차지한 바 있다.

선거에 참패하고 야당과 연정을 이룬다해도 이시바 총리의 입지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 이 시나리오라면 내년 여름 참의원(상원) 선거나 도쿄도 의회 선거 전에 자민당 내에서 총리 교체론이 불거질 수 있다.

총선거 투표는 이날 오전 7시 일본 전국에서 시작돼 오후 8시 종료된다. 2021년 10월 이후 3년 만에 실시되는 이번 총선에서는 전국 289개 소선거구(지역구)와 11개 권역의 비례대표(176석)를 합쳐 중의원 전체 465석의 주인을 새로 뽑는다.

지난 15일 후보 등록 마감 결과 출마자는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합해 총 1344명으로 최종 집계됐다. 직전 선거보다 후보자가 293명 늘었다.
입후보자 중 여성은 314명으로 2009년 중의원 선거(229명)를 넘어 사상 최다를 기록했다.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투표 종료와 동시에 개표에 들어가 이날 밤이나 이튿날인 28일 오전께 전체 개표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주요 언론사의 출구조사 결과는 투표가 종료되는 27일 오후 8시에 발표된다.

km@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