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군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SPRAVDI)가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군인들이 줄을 서서 러시아 보급품을 받고 있다고 공개한 영상.2024.10.21 [우크라군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 X캡처. 재판매 및 DB금지] photo@yna.co.kr (끝)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러시아에 파견된 북한군이 최정예가 아니라 어린 나이의 징집병일 수 있다는 외신의 분석이 나왔다.
27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북한 군인들이 러시아의 전선에 도착했다. 그들은 싸울 준비가 얼마나 되어 있나"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러시아 전선에 집결하고 있는 북한 군인들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가장 훌륭하고 뛰어난" 군인들은 아닐 수 있다고 분석했다.
WSJ “북한군, 오래되고 노후화된 재래식 군사 장비 운영”
WSJ는 공개된 북한군 영상과 정부 당국자들을 인용해 이번에 쿠르스크에 집결한 군인들은 10대에서 20대 초반의 어린 나이에 징집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이들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상대적으로 키와 체구가 작은 것이 북한 전역에 만연한 영양실조를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앞서 한국과 우크라이나 당국은 북한이 우크라이나에서 전쟁 중인 러시아를 돕기 위해 특수작전부대인 11군단 소속 병력 등 총 1만2000여명 규모의 병력을 파병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북한이 파병한 11군단은 소위 '폭풍군단'으로도 불리는 북한의 최정예 특수부대로 알려져 있다.
다만 WSJ은 북한의 특수부대 훈련은 주로 산악 지형인 남한에 침투해 암살, 기반 시설 파괴 등을 수행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서 이는 넓은 평원에서 참호전 양상으로 펼쳐지는 우크라이나 전쟁과는 거리가 멀다고 짚었다.
또 "앳된 얼굴의 (북한) 군인들은 한 번도 북한 밖으로 나와본 적이 없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북한군은 오래되고 노후화된 재래식 군사 장비를 운영한다"라고 지적했다.
‘총알받이 보내 파병 반응 살피려는 의도’ 추측도…‘궤멸 지역’ 투입 가능성
이번 파병에 대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러시아에 선발대로는 전투력이 약한 소위 '총알받이용' 병력을 보내 러시아 파병에 대한 국내외, 특히 러시아 정부의 반응을 살피려는 의도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 싱크탱크 퍼시픽포럼의 연구원 제임스 JB 박은 WSJ에 김 위원장이 처음에는 상대적으로 '소모 가능한(expendable)' 병력을 보내 국내외 반응을 살피기를 원할 수 있다면서 "이들은 후에 더 숙련된 군인들을 위한 길을 열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에 쿠르스크 전선에 도착한 북한군은 아직 전투에는 참여하지는 않고 있으며 앞으로 이들이 어떤 역할을 할지도 불분명한 상황이다. WSJ은 이들이 전투에 참여하는 대신 러시아군이 북한산 탄약 및 미사일, 드론을 이용하는 모습과 전쟁 상황 등을 관찰하고 나서 얻은 통찰을 고국에 가져다줄 수 있다고 짚었다.
그러나 만약 북한군이 직접 전투에 참여한다면 이는 2년 반 넘게 이어져 온 분쟁이 크게 고조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또한 WSJ은 만약 북한 군인들이 최전선에 투입된다면 이들은 러시아 군인들이 매우 위험한 '궤멸 지역'(meat grinder)으로 여기는 살상 가능 지역에 투입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최전선에 투입된 러시아 군인들은 종종 우크라이나군의 위치를 알거나 인근 지역 점령 시도를 위해 무작정 교전 지역에 투입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은 대부분 우크라이나의 정찰병이나 공격 드론에 의해 사살된다.
이번에 파병된 북한 군인들이 전쟁의 전체적인 양상에 미칠 영향은 제한되어 있지만, 이처럼 러시아가 교전 지역에 투입할 수 있는 병력의 규모를 더해줘 러시아 정부의 모병 부담을 덜 수 있다고 WSJ은 짚었다.
워싱턴의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의 아시아 태평양 안보 담당 국장 패트릭 크로닌은 북한군이 우크라이나군 거점을 탈취하는 등 일부 제한된 목표를 이루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동시에 이번에 파병된 군대 규모는 "만약 이러한 작전이 잘못 된다 하더라도 김정은이 북한군 내부의 반란 시도 등 잠재적인 위험 요소를 억제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작다"라고 평가했다.
bng@fnnews.com 김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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