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北부대, 우크라 진입시 타격대상 될 것" 경고
나토 동맹국 참여..우크라 방공망 강화하는 방안도 거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각) 메릴랜드 볼티모어의 던독 마린 터미널에서 연설하고 있다. AP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이 이미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었다는 서방 정보 당국의 전언이 나오면서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의 입장 변화도 감지된다. 그간 북한의 러시아 파평설에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던 미국과 나토는 북한이 우크라이나 침공전에 본격 가세하면서 한국 정부와 후속 대응 등에 대한 논의도 진행하기로 했다.
CNN 방송은 29일(현지시간) 2명의 서방 정보 당국자를 인용해 "소수의 북한군이 이미 우크라이나 내부에 침투했다"면서 "당국자들은 북한군이 러시아 동부에서 훈련을 마치고 최전선으로 이동하게 되면 침투 병력 규모도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 당국자는 "상당수의 북한군이 이미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도 3000여 명의 북한군이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 지역으로 비밀리에 이동했으며,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50㎞ 떨어진 지역에 배치됐다고 우크라이나 고위 정보 당국자를 인용해 전했다.
미국 국방부와 국무부는 러시아에 파견된 북한군인 1만명 가량인 것으로 확인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에서는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이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우선 그동안 '북한군이 우크라이나전에 직접 투입된다면' 전제 조건을 달며 추가 개입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였던 미국의 다음 행보에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가 북한 부대를 타격해야 하냐'는 질문에 "만약 그들(러시아 내 북한 병력이 우크라이나로 건너간다면"이라고 답했다. 북한 군이 우크라이나 영토에 진입할 경우 우크라이나 군의 타격 대상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 것이다.
앞서 관련 대응책을 검토했으나 국제전 확전 리스크를 고려해 선뜻 나서지 못했던 미국과 나토 동맹국들이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국경을 침범한 일종의 '레드라인'을 넘으면서 군사적인 선택지를 거론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가장 먼저 언급되는 군사적 지원은 나토 병력 투입안으로 알려졌다. 앞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올해 3월 프랑스 언론 인터뷰에서 "어쩌면 우리가 언젠가 러시아 병력에 맞서기 위해 지상작전을 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지만, 당시 나토와 러시아의 직접 교전을 우려한 동맹국들의 비난을 받으며 일축됐던 사안이다. 그러나 최근 북한이 가세하면서 유럽 내 파병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가브리엘리우스 란드스베르기스 리투아니아 외무부 장관은 최근 "마크롱의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기기 위한 모든 선제적 조처를 할 수 있는 우리 공동의 역량을 믿는다"며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서방의 미사일로 러시아 본토 타격을 허용하는 방안도 하나로 거론될 수 있다. 이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수차례 요청했던 내용으로, 미국은 줄곧 난색을 표해왔다.
우크라이나와 접경한 폴란드와 루마니아 등 동유럽 나토 동맹국들을 참여시켜 우크라이나 방공망을 강화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고 외신은 보도했다.한국 정부와 서방국 간의 논의도 긴박하게 진행되고 있다. 한국 정부 대표단은 전날 북한국 파병 동향에 대한 정보 브리핑을 통해 상황을 공유했으며, 정부는 대표단을 키이우에 파견하고 우크라이나는 특사를 한국에 파견하기로 했다. 미국 워싱턴 DC에서 30일 열리는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도 북한군 파병 대응 문제가 심도깊게 논의되며, 유엔 안보리도 같은 날 북한군 파병과 관련한 브리핑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한편, 이날 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벨기에 브뤼셀에서 만나 북한군 파병에 대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의 중대한 긴장고조 행위이자 유럽 안보 및 글로벌 평화에 심각한 위협"이라고 비판했다.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사무총장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29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longss@fnnews.com 성초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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