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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대 수출 두고 논란...원인은 통계의 '착시효과'

[파이낸셜뉴스] 올해 역대 최대 수출 기록을 눈앞에 두고 있는 가운데 이를 둘러싼 논란이 발생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올 3·4분기 경제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0.1%로 부진했던 요인으로 0.4% 감소한 수출을 지목한 것이다. 하지만 이는 한국은행과 산업부 간 통계 기준의 차이와 계절조정치 사용 여부에서 발생한 착시 현상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 1일 발표된 10월 수출도 13개월 연속 플러스를 기록했다.

3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3·4분기 수출(통관 기준)은 전 분기 대비 1.3%, 전년 동기 대비 10.6% 증가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3·4분기 수출(재화 기준) 역시 전 분기 대비 0.4%, 전년 동기 대비 6.0% 늘었다. 그러나 통상적으로 2·4분기 대비 3·4분기 재화 수출이 1% 증가하는 추세가 반영된 '계절 조정 재화 수출'은 0.6% 줄어드는 결과가 나왔다. 이로 인해 국내총생산(GDP) 통계에서는 올해 수출이 성장률을 갉아먹은 ‘주범’으로 나타났다.

산업부와 한국은행의 수출 수치가 다른 것은 통계 작성 방식의 차이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산업부는 통관 기준으로 수출 실적을 집계한다. 즉, 수출품이 관세 신고를 하고 세관을 지나는 시점의 금액을 수출로 잡는 방식이다. 그러나 한국은행은 실제로 유입되는 수출 대금만을 수출로 집계한다.

또한 산업부가 수출 규모를 전년 동기와 비교하는 반면, 한국은행은 직전 분기와 비교하고 계절조정치까지 반영한다는 점에서도 수치 차이가 발생한다. 세계 각국은 물론 우리나라가 수출 지표를 활용할 때 '통관 기준' 무역 통계를 사용하는데, 이는 우리 기업이 국내 공장에서 해외로 얼마나 수출했는지를 단순하게 보여준다. 전 분기가 아닌 전년 동기 기준을 사용하는 이유는 수치 왜곡을 막기 위해서다. 설·추석 연휴나 여름휴가가 있는 달은 조업 일수가 적어 수치가 감소할 수 있고, 그다음 달에는 기저효과로 플러스로 돌아설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은행은 전 분기와 비교하면서 계절조정치를 추가한다. 경제성장률은 각 분기의 경기 흐름을 동일한 조건에서 비교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계절적 차이를 제거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계절조정치는 지난 20여 년간 평균 분기 수출 금액을 1로 보고, 분기마다 가중치를 곱해 조정한다.

일반적으로 수출은 1·4분기에 가장 부진하고 4·4분기로 갈수록 증가하는 분기별 편차가 있는데, 이러한 계절적 차이를 제거하기 위한 장치가 바로 계절조정치다. 이러한 착시 효과에 대해 한국은행도 수긍하는 모습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0월 3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내 수출 지표와 관련해 "수출 금액으로 보면 떨어지지 않았는데, 수량으로 보면 줄어들어 해석에 고민이 많다"고 밝혔다.

한편 10월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4.6% 증가한 575억2000만달러(약 79조900억원)를 기록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13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며, 10월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특히 지난 8월부터 3개월 연속 월별 최대 실적을 경신하며 좋은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