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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데드라인' 속 주인공을 만나다..포항제철소를 지켜낸 임직원들[르포]

제철소 침수로 50년 만에 가동 중단
135일 만에 완전 정상화 기적 만들어
힌남노의 기적 영화로 재탄생
실제 제철소에서 찍은 최초의 영화

[파이낸셜뉴스]
영화 '데드라인' 속 주인공을 만나다..포항제철소를 지켜낸 임직원들[르포]
포스코 포항제철소 전경. 포스코제공

영화 '데드라인' 속 주인공을 만나다..포항제철소를 지켜낸 임직원들[르포]
포스코 포항제철소 선재공장에서 선재제품이 생산되고 있다. 포스코제공
영화 '데드라인' 속 주인공을 만나다..포항제철소를 지켜낸 임직원들[르포]
포항제철소 최규택 제선부장. 포스코제공
영화 '데드라인' 속 주인공을 만나다..포항제철소를 지켜낸 임직원들[르포]
포항제철소 서민규 사원. 포스코제공

[ 포항=박신영기자]"인류역사를 기원전(BC)과 기원후(AD)로 나눈다면, 포스코의 역사는 태풍 힌남노 사태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을 겁니다."
지난 1973년 처음 쇳물을 뿜어내기 시작한 이후 단 한 번도 멈춰 서지 않았던 포항제철소. 2022년 태풍 힌남노로 인한 냉천 범람으로 제철소가 침수되면서 50년 만에 가동이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그러나 복구에 1년 이상 걸릴 것이란 예상을 깨고 포스코 임직원들은 단 135일 만에 제철소를 완전 정상화시키는 기적을 만들었다. 전 세계가 한국에 제철소 건설은 절대 불가능하다고 말했지만 포항제철소 건설을 완수하는 기적을 만들었듯이, 포스코는 포항제철소를 복구하면서 제2의 기적을 이뤄낸 것이다.

■태풍 힌남노 극복, 영화 '데드라인'으로
지난 10월 31일 돌아본 포스코 포항제철소는 힌남노의 흔적을 찾아보기 어려웠지만 공장 내에 표기된 어른 키 만한 '힌남노 침수 수위'는 당시의 공포감을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현지에서 만난 직원들은 침수 당시 상황을 '물이 서서 달려왔다'고 표현했다. 누런 뻘물 620만t이 제철소에 들이닥쳤는데 이는 여의도를 2m로 쌓을 수 있는 물의 양이다. 침수된 공장을 복구하는 과정에서 잉어와 남생이가 발견됐을 정도였다.

포항제철소를 지켜낸 포스코 임직원들의 스토리는 영화로 탄생했다. 6일 개봉하는 영화 '데드라인'은 힌남노가 한반도를 강타한 2022년 9월, 이에 맞서 포항제철소를 지켜낸 포스코 임직원의 실화를 영화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실제 제철소 안에서 찍은 최초의 영화이기도 하다.

영화의 중심인물인 고로(용광로) 담당 최규택 제선부장을 포항제철소 3고로에서 만났다. 최 부장은 당시 고로 재가동을 위해 발로 뛰며 데드라인 안에 재가동을 성공시킨 장본인이다.

최 부장은 "초특급태풍이 닥친다는 예보에 당시 임원진은 제철소의 모든 고로에 '휴풍' 즉 고로를 데우는 뜨거운 바람을 멈추는 조치를 취했다. 그런데 휴풍 기간이 길어지면 쇳물이 굳어 자칫하면 고로를 되살릴 수 없게되는데 그 데드라인이 길어야 7일이다. 즉 일주일 안에 재가동하지 못하면 고로를 영영 되살릴 수 없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실제 상황은 간단치 않았다. 고로를 일주일 안에 재가동시킨다 해도 펄펄 끓는 쇳물을 받아내는 제강공장이 물속에 잠긴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고로를 재가동하자니 용암 같은 쇳물을 처리할 수 없고, 일주일 안에 재가동하지 못하면 고로를 영영 되살릴 수 없는 진퇴양난에 빠진 것이다.

이에 대표이사 부회장은 사처리장 즉 모래욕조를 만들어 쇳물을 받아내자는 아이디어를 냈고 70세를 훌쩍 넘긴 은퇴한 직원까지 한달음에 달려왔다. 최 부장은 "사처리장은 사실 제철소 가동이 불안정하던 초기에 쇳물을 처리하기 위해 잠시 운영하는 시설이다. 당연히 현재 직원들 중에는 사처리장을 운영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 없었다"며 "그런데 2013년 인도네시아 합작법인 설립 초기에 현지 제철소에서 근무해 사처리장 운영을 해 본 선배 생각이 나서 연락을 드렸더니 흔쾌히 와주셨다"고 떠올렸다.

■70세 넘긴 은퇴 직원까지 달려와
가열로가 곧 터질 수도 있는 긴박한 상황에서 마지막까지 직원 대피 안내방송을 진행하는 동료애를 보여준 신입사원, 서민규 사원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그가 마이크를 끝까지 놓지 않은 덕분에 인명피해 '제로'라는 기적이 완성될 수 있었다. 3선재공장에서 만난 서 사원은 "작업 중인 선배님들 중에 대피를 못하는 분이 있을까봐 마지막까지 마이크를 놓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스토리는 베테랑 영화감독에게도 '꼭 영화로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을 심어줬다.

'데드라인'의 권봉근 감독은 "취재와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제철소를 지키기 위한 이들의 피땀 어린 노력과 사건의 진실을 보았고, 그 앞에서 겸허해질 수밖에 없었다"며 "이 이야기를 영화화한다면 내 마음이 움직였던 것처럼 관객들의 마음도 움직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폭발을 막아내기 위해 홀로 64m 높이의 플랜트에 오른 파트장부터, 고로가 갑자기 멈춰서는 것을 막기 위해 침수된 운전실로 향한 부장, 침수 직전 위험한 상황에서 공장의 모든 직원이 대피할 수 있도록 끝까지 방송한 막내 직원, 그리고 사고 소식을 듣고 제철소를 돕기 위해 한달음에 달려온 은퇴한 직원까지, 그들은 이제 포스코 역사의 한 페이지로 남았다.

padet80@fnnews.com 박신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