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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반도체 보조금? 명분 부족하다”

여야 '반도체 보조금 의무화' 입법 추진
대통령실 "인프라 지원이 더 명분 있다"
"대기업에 현금지원시 국민 반감 살 우려"
"美日 달리 생산시설 있어 세제지원 필요"
당정 '재정지원 조항 합의' 두고 동상이몽

대통령실 “반도체 보조금? 명분 부족하다”
성태윤 정책실장이 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정 성과 및 향후 과제를 주제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장상윤 사회수석, 박춘섭 경제수석, 성 정책실장, 박상욱 과학기술수석, 유혜미 저출생대응수석.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대통령실은 5일 여야가 추진하는 반도체 기업에 대한 직접보조금 지급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용인 반도체 메가클러스터 등 인프라 지원에 비해 명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이날 여야가 합심해 추진하는 보조금 지급 포함 반도체 특별법에 대한 본지 질문에 “직접보조금이 절대 해선 안 되는 일이란 건 아니지만, 인프라 지원이 더 효과적이고 명분이 있다”고 강조했다.

직접보조금 지급 의무화 담은 반도체 특별법은 여야를 막론하고 발의된 상태다. 삼성전자 사장 출신인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에 입성해 처음 발의했고, 한동훈 대표가 힘을 실으면서 당정협의 테이블에 올랐다.

이에 기획재정부가 재원과 형평성 문제로 난색을 표하자 일단 보조금을 특정하지 않는 재정지원 임의규정으로 정리된 상태다. 하지만 이와 당정 합의와 별개로 여야는 직접보조금의 필요성에 공감대를 이루고 논의를 진전시키는 상황이다. <2024년 10월 30일字 1면 보도 참조>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반도체는 국가전략산업으로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어 금융·재정·인프라·R&D(연구·개발)·인력 등에 대한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국회와) 전혀 이의가 없다”면서도 “다만 재원의 문제가 있다. 직접보조금과 인프라 지원 중 어느 게 좋을지는 상황에 따라 다른데 현재로선 인프라 지원이 더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회에서도 ‘재정지원을 할 수 있다’ 정도로 법안을 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통령실이 ‘명분’을 언급하며 직접보조금에 난색을 표하는 배경에는 대기업에 대한 재정지원 반발 우려, 또 대규모 보조금을 지급하는 미국·일본과 다른 여건이 있다.

복수의 대통령실 관계자에 따르면, 정부는 대표적인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기업에 세금으로 마련한 현금지원금이 지급됐을 때 제기될 국민적 반감을 우려하고 있다.
어려운 경제 상황에 쓰러져가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많은 상황에서 대기업에 직접적으로 세금을 건네면 반발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보조금 지급 국가인 미일과 우리나라의 차이인 생산시설 완비도 정부가 고려하는 점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보조금을 주는 미국·일본과 달리 반도체 생산시설이 이미 충분하기 때문에 세제지원이 낫다는 게 정부 입장”이라며 “반도체특별법은 포괄적으로 재정지원을 할 수 있다는 정도로, 현행 세제지원도 포함되는 개념의 조항을 담도록 법안 심의 과정에서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