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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당선, 연준 금리 인하 제동거나

[파이낸셜뉴스]
트럼프 당선, 연준 금리 인하 제동거나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6일(현지시간) 이틀 일정으로 통화정책 결정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시작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전날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하면서 미 인플레이션(물가상승) 고삐가 다시 풀리고 결국 연준의 금리 인하에도 제동이 걸릴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9월 18일 워싱턴 연준 청사에서 FOMC 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예상을 깨고 대선에서 압승을 거두며 화려하게 부활하면서 연방준비제도(연준)의 통화정책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연준은 6일(현지시간) 이틀 일정으로 시작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0.25%p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 거의 확실한 것으로 시장에서는 판단하고 있지만 이후 추가 금리 인하에 관해서는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모든 수입품에 관세를 물리고, 특히 중국산에 물리는 관세율은 60%에 이를 것이라고 약속하는 등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부추기는 다양한 정책들을 예고하고 있어 안정을 찾던 인플레이션에 다시 불이 붙을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0.25% p 추가 인하는 확실


시카고상업거래소(CBOE)그룹 페드워치에 따르면 채권 투자자들은 연준이 7일 FOMC 회의를 마치면서 0.25% p 금리인하가 거의 확실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지금의 4.75~5.00%에서 0.25% p 낮은 4.50~4.75%로 낮출 가능성을 99.3%로 보고 있다.

동결 전망은 사라졌고, 외려 0.5% p 낮은 4.25~4.50%로 더 낮아질 수 있다는 예상이 새로 나타났다. 다만 0.7% 확률로 그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배런스에 따르면 SGH 매크로어드바이저스의 미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 팀 듀이는 연준이 추가 금리 인하를 멈추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듀이는 트럼프 당선으로 인플레이션 고삐가 풀릴 가능성이 높아지기는 했지만 단순히 이런 전망을 근거로 금리 인하를 중단하면 이는 정치적 판단이라는 오해를 살 수 있어 연준이 지금의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듀이는 트럼프 집권 이후 인플레이션이 다시 뛰기 시작할 가능성이 높고, 그렇게 되면 ‘데이터’를 기초로 연준이 금리 인하를 중단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의 12월 추가 금리 인하 전망은 약화됐다.

연말 기준 금리가 지금보다 0.5% p 낮은 4.25~4.50%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하루 만에 77.3%에서 67.4%로 뚝 떨어졌다.

10% 관세, PCE 물가지수 0.83% p 끌어올려


연준이 인플레이션 기준으로 삼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2022년 중반 7% 넘게 치솟으면서 정점을 찍었지만 급격한 금리 인상 속에 하락세로 방향을 틀었다. 9월에는 상승률이 2.1%로 낮아져 연준 목표치 2.0%에 근접했다.

그러나 트럼프가 추진하는 관세 정책으로 인플레이션은 다시 뛸 전망이다.

판테온 매크로이코노믹스의 새뮤얼 톰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모든 수입품에 10% 관세를 물리면 PEC 물가지수가 0.8% p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관세 인상 충격 대부분은 1년 안에 물가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됐다.

불법 이민자 추방


관세와 더불어 트럼프가 공약으로 내 건 불법 이민자 추방도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전망이다.

미 국토안보부는 불법 이민자 수를 1100만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불법 이민자들이 추방되면 미 노동력 공급이 줄고, 임금 상승 압력이 높아지면서 전반적인 물가가 오른다.

특히 임금 상승은 미 경제활동의 3분의2 이상을 차지하는 서비스 부문 물가를 즉각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불법 이민자들이 힘든 일을 대신하던 건축, 농업 부문에서 심각한 노동력 부족 속에 비용이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이 부문은 이미 노동력 부족을 겪고 있어 더 극심한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다만 트럼프가 약속대로 미 석유, 천연가스 생산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면 에너지 인플레이션 가능성은 낮아진다.

감세 재정지출 확대


트럼프가 추진하는 대규모 감세와 재정지출 확대라는 모순된 정책도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릴 전망이다.

트럼프는 내년 일몰 예정으로 자신이 2017년에 법률로 통과시킨 ‘감세와 일자리 법’을 연장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초과 근무수당, 봉사료(팁), 사회보장 지원금에 대해서도 세금을 물리지 않겠다는 것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책임 있는 연방예산위원회(CRFB)’는 트럼프의 이런 감세안이 실행되면 미 국가 부채가 앞으로 10년에 걸쳐 7조8000억달러(약 1경원)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하고 있다.

심각한 부채는 인플레이션을 촉발한다.

연준은 결국 인플레이션 고삐가 다시 풀리면서 금리 인하를 조기에 접고 금리 인상으로 방향을 틀어야 할 수도 있게 됐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