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쿠팡Inc 김범석 의장(사진)이 2021년 미국 뉴욕증시(NYSE) 상장 이후 처음으로 주식 매각에 나선 가운데 폭등한 지점에 주식을 파는 글로벌 CEO들과는 반대 행보를 보여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쿠팡 Inc(이하 쿠팡)는 6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김범석 쿠팡 창업자 겸 CEO가 미국 증권거래법 '10b5-1' 규칙에서 지정한 증권거래위원회(SEC) 가이드라인과 쿠팡의 주식 거래 정책에 따라 몇 달 전에 '사전 주식 거래 계획'을 채택했다"고 밝혔다. 이 계획은 김 의장의 쿠팡 클래스A 보통주를 최대 1500만주까지 매각하는 것으로, 오는 11월 11일부터 시행해 내년 8월 29일까지 진행하며 조기 마무리될 수 있다. 김 의장은 이후 200만주 자선 기부 의사도 밝혔다.업계에선 "폭등한 꼭지점에 주식을 파는 글로벌 CEO들과 반대로 상장 이후 첫 지분 매각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테슬라 일론 머스크, 엔비디아 젠슨 황 CEO 등 대부분의 글로벌 빅테크 수장들이 수십조원에 달하는 보유 주식을 역대 최고 가격에 팔았다. 반면, 쿠팡의 현재 주가는 상장 이후 공모가도 회복하지 못한 상태다.
공모가 35달러로 지난 2021년 3월 상장한 쿠팡 주가는 당일 가격이 주당 69달러까지 치솟으며 시가총액은 100조원에 육박했다. 그러다 글로벌 금리인상과 인플레이션, 빅테크 조정에 맞물려 주가가 10달러까지 내려왔다. 지난해 연간 흑자를 기록, 올 들어 주가가 상승하며 25달러선을 형성했지만, 공모가를 회복하려면 40% 이상 올라야 하는 상황이다.
이처럼 공모가에 도달하려면 먼 상황에서 주식을 매각한 배경엔 세금 등 재정적 이유가 큰 것으로 보인다.
쿠팡은 "김 의장은 세금 의무를 포함한 상당한 재정적 요구 사항을 충족하기 위해 이번 계획을 실행키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 2021년 3월 15일 미국 상장 이후 주식을 매각한 적이 없다"고 전했다. 주식 거래 계획이 완료되면 김 의장이 클래스B 보통주 1억5780만2990주를 계속해서 보유하게 되며, 2025년까지 추가 주식 거래 계획도 없다.
실제 국내외 상장기업 오너들은 보상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식을 매각해 세금 납부 등 개인 재원으로 활용하는 게 국내외 통상적인 관례다.
테슬라 일론 머스크 CEO의 경우, 지난 2021년 820만주(10조4600억원)를 판 데 이어 2022년 들어 4월(10조9000억원), 8월(9조5000억원) 등 4차례에 거쳐 30조원치의 주식을 팔았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는 올 들어 1조원어치(7억13000만달러)의 주식을 매각했다. 앞서 그는 올 3월 미국 SEC에 10B5-1 사전거래 계획을 제출해 내년까지 7억달러 상당의 주식을 처분키로 했다.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창업자도 올 2월 85억달러(11조7940억원), 7월 50억달러(6조9470억원), 이달 11월(4조1000억원) 등 22조원이 넘는 주식을 매도했다. 이밖에 마크 저커버그(5600억원), JP모건 제이미 다이먼 회장(약 2000억원)고 지난해 주식을 팔았다.
한편, 글로벌 CEO들은 주식 매각 이유에 대해 통상 직접 밝히지 않는다. JP모건 다이먼 회장은 "재무 다각화와 세금 계획 목적"이라고만 공시한 바 있다. 아마존 등 주요 글로벌 CEO들도 주식 매각 이유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납세의무나 경영 효율화 등의 해석이 나왔다.
wonder@fnnews.com 정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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